美, 20년 만에 非마약성진통제 승인…SK 등 후발주자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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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허들' 넘은 非마약성진통제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비마약성진통제를 약 20년만에 승인하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마약성진통제에 대해 높게만 느껴졌던 FDA의 ‘허들’을 넘은 신약이 나온 데다, 여전히 미충족수요가 남아있어 비보존, SK바이오팜 등 후발주자로 나선 국내사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나백스' 승인…시장관심 고조
마약성진통제 해결책 될지 주목
비보존 '어나프라' 식약처 승인
SK바이오팜·아이엔 등 개발 중

◇ 20년 만의 비마약성진통신약
지난 달 FDA는 버텍스파마슈티컬스의 비마약성진통제 신약 ‘저나백스’(성분명 수제트리진)를 승인했다. 2004년 ‘리리카’(프레가발린) 이후 약 20년 만에 등장한 비마약성진통제다. 이번 승인으로 중등도 및 중증의 급성 통증이 있는 성인 환자는 마약성진통제 대신 저나백스를 쓸 수 있게 됐다.버텍스파마슈티컬스는 저나백스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임상 3상 2개를 수행했다. 임상시험 참가자 수가 1073명, 1118명으로 합치면 2191명에 이르는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다. 그 결과, 저나백스를 투약한 환자군은 가짜약을 먹은 환자들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마약성진통제를 투약한 환자군과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FDA는 이점을 고려해 저나백스의 사용을 승인했다.
◇ 마약성진통제 대체제 될 수 있을까

투자업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이 약이 연간 매출 10억 달러(약 1조4540억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한계점도 지적됐다.
우선 약가가 마약성진통제에 비해 비싸다. 하루에 2회 복용해야 하는 저나백스의 약가는 50㎎ 알약당 15.50달러다. 이에 반해 이번 임상에서도 대조약으로 쓰인 하이드로코돈의 1일 약가는 3~5달러 수준이다. 보험사와 병원이 중독 및 오남용 위험이 있지만 저렴하고 여전히 효과적인 마약성진통제를 더 선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나백스의 효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건의 임상시험에서는 마약성진통제 대조군과 유사한 통증 경감 효과를 보였지만, 당초 대조군으로 쓰인 ‘하이드로코돈+아세트아미노펜’요법의 효과가 마약성진통제 중 중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이드로코돈은 흔히 알려진 마약성진통제인 모르핀이나 옥시코돈보다 진통효과가 약하다. 의료현장에서도 하이드로코돈은 주로 중등증 통증 치료에 쓰이며, 중증 통증을 잡는데는 모르핀이나 하이드로모르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중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된 펜타닐은 중증보다 더 심한 통증이 있을 때 처방되는 진통제다. 이 때문에 저나백스가 펜타닐의 대체제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성과내고 있는 비보존제약·SK바이오팜
저나백스는 소듐채널(NaV1.8) 저해제다. 반면 어나프라는 글라이신 수송체 2형(GlyT2)과 세로토닌 수용체 2A형(5-HT2A)에 대한 저해제다. 저나백스가 몸의 말단(말초)에서 발생하는 통증신호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면, 어나프라는 척수 및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신호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GlyT2는 척수에서, 5-HT2A는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신호를 억제한다. 일부에서는 저나백스에 비해 만성통증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저나백스는 복용이 편리한 알약인 반면, 어나프라는 정맥주사제라는 차이점이 있다. 가정에서 만성통증을 막기 위한 용도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 비보존제약은 경구용 제형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개발사로 자리매김 중인 SK바이오팜도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에 설립한 합작사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에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 후보물질 ‘SKL22544’를 기술이전했다. SKL22544 또한 소듐채널을 저해하는 기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대웅제약 자회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 하이퍼코퍼레이션, 루다큐어 등도 국내에서 비마약성진통제를 개발 중인 회사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