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값' 추성훈 시계 뭐길래…'우르르' 한국 몰려온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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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79회
"글로벌 죽쑤는데…대안은 한국시장"
강남으로 들어서는 하이엔드 명품시계 매장들


익스클루시브 롤렉스 부티크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7층짜리 초대형 매장으로 꾸며진다. 주로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하는 일반 소형 점포에 비해 큰 규모다. 주로 각국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특화매장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장 자체가 많지 않다. 국내 시장엔 처음 들어서는 것이다.
세계 최고가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스위스 오데마 피게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인 AP하우스도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앞서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리차드밀도 서울 청담동에 기존 부티크를 대거 확장해 개장했다. 이 브랜드 시계는 어지간한 집 한 채와 맞먹는 수억원대 가격을 자랑하지만 ‘한정판'이란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매장에선 종종 오픈런 대란 펼쳐지기도 한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한 방송에 착용하고 나와 유명해진 72만5000달러(약 10억4000만원) 상당의 시계가 리차드밀 RM27-03 뚜르비옹 한정판 제품이다. 배우 남궁민도 국내 리셀 시장에서 5억원 넘는 값에 팔리는 이 브랜드 RM055 부바 왓슨 화이트 드라이브 모델(출시가 약 1억2000만원)을 차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 여느 유명 도시에서도 찾기 힘든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가 서울에 연이어 들어선다는 건 그만큼 명품 시장에서 높아진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말해준다. 최근 국내 명품 수요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해 샤넬을 비롯해 디올·구찌 등 대중성 높은 명품 브랜드 매출이 줄줄이 감소했지만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의 주얼리·워치 제품군 매출은 전년(2023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업체별로 롯데백화점 매출이 15%, 신세계백화점 21%, 현대백화점은 23% 늘었다. 2023년 주요 백화점의 주얼리·워치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5~11%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장폭이 훨씬 가팔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초고가 시계 수요가 급감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좀처럼 가치가 하락하는 법이 없는 롤렉스, 파텍필립, 오데마피게 등 세계 3대 명품시계 브랜드 중고 가격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떨어졌다. 영국의 트레이딩 플랫폼 서브다이얼이 명품 중고시계 50개를 추적한 결과 지난해만 6% 가까이 하락했다. 롤렉스는 약 5.1%, 파텍 필립은 4%, 오데마 피게는 7.5% 각각 떨어졌다.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는 것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시계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