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회장 "韓 경제, 지금 갈림길 아닌 벼랑 끝…성장엔진 되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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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확정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외환위기 때보다 여건 안 좋아
기업가 정신 회복 중점 둘 것"
내달 美 경제사절단 파견 예정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40대 한경협 회장 취임식에서 “한국의 기업 환경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열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 420여 개 회원사는 제64회 정기총회를 열어 류 회장 연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임기는 2년으로, 2027년 2월까지. 그는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경협으로 재출발한 2023년 8월부터 제39대 회장을 맡으며 협회 정상화를 이끌어왔다. 탈퇴한 4대 그룹의 재가입을 이끌어내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등 추락한 협회 위상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 회장은 취임사에서 1997년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출범하고 금 모으기 운동이 펼쳐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외환위기를 극복할 때만 해도 기초체력이 튼튼했고 리더십과 국민 단합이 확고했다”며 “현재 여건은 그때보다 못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신년사에서 말했는데 더 솔직한 표현은 갈림길이 아니라 벼랑 끝”이라며 “낡고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저출생과 주력 산업 노후화로 기초체력이 고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기업가정신 회복, 기업환경 개선, 글로벌 환경 대응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고 국민소득도 없다. 기업 위기가 국민의 위기이고 국가의 위기”라며 “정부와 국회, 국민의 단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다음달 사절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발생한 대외 리스크 대응을 위해 민간 외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측근과도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등 대표 ‘미국통’으로 꼽힌다.
이날 정기총회에선 46개 신규 회원사 가입도 확정됐다. 카카오, 네이버, 두나무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합류했고 하이브, 오아시스 등 엔터테인먼트 및 e커머스 기업도 한경협의 새 식구가 됐다.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회장 취임 이후 IT,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업종 회원사를 유치하는 데 공을 들여온 류 회장은 “다방면의 업체들이 들어온 것은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
류 회장은 올해 3대 중점사업으로 성장동력 확충, 트럼프 2기 대응, 민생경제 회복 등을 꼽았다. 한경협은 이날 새로운 기업이미지(CI·사진)를 공개했다. 한경협은 “CI의 파란색은 우리 경제계가 개척해야 할 글로벌 시장과 창의·신뢰를 상징하며, 초록색 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구촌을 아우르는 글로벌 싱크탱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