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린 연구, 열흘만에 뚝딱…'인간 지능' 넘보는 딥리서치
입력
수정
지면A2
오픈AI·구글 등 빅테크, 연구용 AI 줄줄이 출시
피드백 주면 실험전략 제안
연구원이 놓친 부분까지 조사
백혈병 신약 후보 물질도 내놔
고난도 평가 '인류 최후의 시험'
오픈AI 정확도 26.6% '최고'
그간 10% 밑돌았지만 2배 뛰어
초급 연구원 대체 가능성 거론
◇연구 영역으로 확산하는 AI 쇼크
이달 들어 구글, 오픈AI, 퍼플렉시티, xAI 등 굴지의 AI 기업이 잇달아 연구용 AI를 내놓았다. 사용 후기는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다. 케빈 브라이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B급 저널이라면 AI가 하루 걸려 작성한 논문을 제출해도 게재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연구자 커뮤니티에선 딥리서치를 이용해 논문을 완성하고 학술지 게재를 신청했다는 후기들이 공유되고 있다.
연구용 AI는 사용자의 요구에 최소 3분에서 최대 수시간 추론 과정을 거친 뒤 답을 내놓는다. 연구물의 목적이나 집중 분야 등 연구 방향을 연구자와 소통하며 수정하는 것도 특징이다. AI업계 관계자는 “딥시크 쇼크가 저가 모델 경쟁을 촉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부가가치 모델로 경쟁 양상이 넘어가고 있다”며 “다른 빅테크도 돈이 되는 연구AI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픈AI 딥리서치는 월 200달러(약 29만원)를 내야 이용할 수 있다.
◇인류 난제 해결에 ‘성큼’
빅테크가 앞다퉈 연구용 AI를 내놓자 박사급 인력을 다수 투입해야만 하는 기존의 연구 패러다임이 뒤바뀔 것이란 전망이 학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수명 연장 등 ‘인류의 난제’를 풀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기대도 나온다. 구글의 ‘공동 과학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수년에 걸쳐 도출한 유전자 분석 가설을 단 며칠 만에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급성 백혈병 치료를 위한 실험에서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이 후속 실험을 한 결과 AI가 추천한 약물이 실제로 암세포 생존율을 낮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오픈AI의 연구AI 딥리서치는 박사급 연구원이 몇 주 동안 진행한 논문용 리서치를 8분 만에 마쳤다. 연구 AI가 제시한 가설이 참신성과 실용성 평가에서 기존 연구 방식보다 더 높은 창의성과 정확도 점수를 따내기도 했다.
연구자들의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창의성과 사고력 등 연구 역량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직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고, 비공개 논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연구용 AI의 한계다. 초급 연구자들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장기적 연구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