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까지 접수한 K뷰티 … 中도 프리미엄 제품은 韓에 맡긴다

K-ODM '제 2 전성시대'
(3) 영토 확장하는 K뷰티

뷰티 기술력 앞세워 건기식 진출
성분 함량은 같은데 크기는 절반
효능 좌우하는 원료도 자체개발

세계 1위 종합비타민 韓서 생산
콜마비앤에이치, 물량 60% 수주
中 인기제품은 코스맥스가 따내
코스맥스엔비티 연구실
코스맥스엔비티 연구실
콜마비앤에이치 세종공장
콜마비앤에이치 세종공장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리. 드넓은 논밭 사이에 있는 콜마비앤에이치 공장에서는 세계 1위 종합비타민 ‘센트룸’을 생산한다. 2023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헤일리온(옛 GSK컨슈머헬스케어)이 대만에서 생산하던 한국용 물량을 콜마비앤에이치에 맡겼다. 첫해 전체 품목(SKU)의 10%이던 위탁물량은 지난해 60% 이상으로 확 늘었다. 헤일리온 관계자는 “올해는 위탁물량을 더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수출용도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코로나19 특수 이후 고전하던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수탁생산 기업이 살아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할 것 없이 건기식 생산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한국산 건기식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데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한국을 ‘아시아 생산기지’로 삼고 있어서다.

◇뷰티 이어 건기식 생산기지 된 한국

건기식 ODM의 선두 주자는 화장품 ODM 강자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자회사들이다.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건기식 ODM 기업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매출 6280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콜마비앤에이치 매출은 2020년 코로나19 특수로 역대 최대치(6069억원)를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4년 만에 다시 6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건기식 시장이 역성장한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이 증가한 건 수출 덕분이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원료부터 개발한 ODM 제품 ‘애터미 헤모힘’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어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36% 증가했다.

국내 건기식 ODM 2, 3위인 코스맥스엔비티와 노바렉스도 글로벌 기업 생산기지로 거듭나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코스맥스엔비티는 국내와 호주 법인에서 중국 건기식 브랜드 ‘바이헬스’와 ‘스위스’ 제품을 생산한다. 코스맥스엔비티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5%에서 지난해 3분기 70%까지 올랐다. 노바렉스도 미국 건기식업체 GNC의 중국 및 아시아 시장 완제품을 생산 중이다.

◇“中에서도 한국산 더 선호”

K건기식 ODM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을 용도에 맞게 만드는 제형과 원료에 있다. 최근 건기식 시장에선 성분 함량은 유지하되 크기는 줄이는 초소형 제형 기술이 대세다. 코스맥스엔비티는 이 기술을 발 빠르게 개발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멀티팩 건기식 계약을 따냈다. 건기식 효능을 좌우하는 원료를 자체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높다는 점도 한국 기업의 강점이다.제조력 역시 인정받았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호주 연방의약품관리국(TGA)의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얻었다. 코스맥스의 또 다른 건기식 ODM 계열사 코스맥스바이오도 전 세계 90개국에서 통용되는 미국위생협회(NSF) 인증을 받았다.

글로벌 K뷰티 ODM 기업으로서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성도 이들 기업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이탈리아 인터코스와 함께 글로벌 ‘톱 3’ 뷰티 ODM 기업이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중국 바이헬스도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군 생산은 코스맥스엔비티에 맡긴다. 한 건기식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자국산 건기식보다 한국산이 더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전했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3년 4199억달러(약 604조원)에서 2032년 9767억달러(약 1046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글로벌 건기식 ODM 시장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