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해보세요"

'꿈의 극장'으로 안무가 호페쉬 쉑터
성남아트센터서 3월 14~15일 공연
호페쉬 쉑터 ⓒHugo Glendinning
성남아트센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3월 14~15일에 열리는 공연 '꿈의 극장'은 새롭고 신비한 요소로 가득하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욕망과 억압의 경계를 탐구하고 이를 춤과 음악으로 풀어낸 결과물이어서다. 이 작품을 안무한 호페쉬 쉑터(50)는 유럽에서 오랜기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명성을 쌓았다.
꿈의 극장 ⓒTom Visser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일으킨 그는 현대무용계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무용이라는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고 작곡, 영상, 영화 등 여러 예술 장르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 태생이지만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공로를 인정 받아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했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최신작 '꿈의 극장'을 한국에 첫 소개하게 됐는데, 어떤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꿈의 세계란 무엇일까요? 작품을 구상하며 우리가 인생에서 품는 꿈, 우리가 원하는 소망, 그것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문화적인 요소와 개인적인 욕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저의 탐구 주제였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작품에서 무대는 인간의 뇌, 무의식처럼 작동할 예정이에요. 어떤 것은 드러내고 또 어떤 것은 감추면서 관객과 활발히 소통하게 됩니다. 무대 안쪽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인간 본연에 닿아있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될텐데, 말로는 설명이 어렵지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꿈의 극장을 이루는 요소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13명의 무용수와 3명의 연주자가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라이브 음악과 함께 전자음, 목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녹음된 사운드트랙도 함께 사용하지요. 무용수들의 신체적인 표현이 극대화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무대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공연의 일부로 활용됩니다. 작품은 강렬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이미지로 이뤄져있어요. 아마 관객이 많은 생각할 거리를 갖게 될 겁니다."
꿈의 극장 ⓒTom Visser
▷인간의 내면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안무를 고안했고, 또 어떻게 단원들과 소통하고 코칭하는지 궁금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일은 제게 자연스럽습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가지는 감정, 경험도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지요. 경험은 우리 몸에 흔적을 남기고 지문처럼 각인되는데요. 그런 점을 춤으로 끄집어 내는게 제 작업입니다. 관객을 감동시키거나 현혹하려는 무언가를 만들려고 의도하지는 않습니다.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움직임, 저를 사랑에 빠뜨리는 움직임, 저를 깨우는 생각이나 감각을 연결하려고 노력할 뿐이죠. 무용수들 역시 자신의 몸 안에서 경험한 상자를 하나씩 춤으로 펼쳐내는데, 이런 과정을 종합해보면 결국 무대 위 작품은 개인적이고, 본능적이며 원초적이고 또한 날 것일 겁니다. 살아 숨 쉬는 존재로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무용수들과는 이러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나갑니다." ▷작품 설명에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는 걸로 봐도 되는 것일까요?
"관객분들이 제 작품의 일부가 된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공연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제 작품은 관객에게 단순히 쇼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무대를 보면서 무용수들과 관객이 동시에 무언가를 경험하면 좋겠고 그 경험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욕심을 내자면, 저는 관객들이 무대 위 무용수들과 자신을 동일시해보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어요. 무용수들은 제가 관객과 소통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니까요. 무용수들은 안무가인 저와 연결돼 있고, 각자의 창의성을 가지고 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줍니다. 저의 예술은 직접적인 방식이라기보다 무용수라는 시인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되는 간접적 방식을 활용합니다."
꿈의 극장 ⓒTodd MacDonald
▷한국보다 유럽이 현대무용을 즐기는 문화가 잘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유럽에서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예술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만 유럽 중에서도 영국은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덜한데요. 영국 교육제도는 대중문화를 장려하는 것에 비해 순수 예술이나 무용이 설 자리는 좁습니다. 프랑스나 독일은 다른데요. 공연 예술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나라입니다. 이런 차이는 정부 기관이나 단체, 공공기금 지원이나 정책의 방향에서 생겨납니다. 사람들을 교육하고 예술의 가치를 접할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예술 교육은 특정 계층에 국한해선 안돼요. 특히 무용은 매우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예술이기에 계층, 배경,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문화단체들이 이것을 인식하고 어린 세대에게 예술을 접할 기회를 일찍부터 제공했으면 합니다. 새로운 관객을 만드는 일은 어린 세대가 예술을 사랑하도록 교육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죠."

▷향후 작품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요?
"꿈의 극장처럼 앞으로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창조하고 싶어요. 제 무용단을 위한 작업도 지속할 것이고 세계 여러 무용단과도 작업할 계획입니다. 현재 오는 6월 초연을 목표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새로운 전막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꿈의 극장 ⓒTom Visser
▷마지막으로 공연을 앞두고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 가서 여러분을 만나고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공연을 선보일 생각을 하니 정말 기대됩니다. 관객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즐기고 어떤 반응을 보이실 지 궁금합니다. 춤과 음악은 도구일 뿐, 중요한 것은 인간의 경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용에 대한 지식이나 저(안무가)에 대한 정보, 어떤 선입견이나 경계심없이 자유로운 해석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호페쉬 쉑터의 '꿈의 극장'은 지난해 6월 파리올림픽 문화 올림피아드의 일환으로 파리시립극장에서 초연됐다. 같은 해 10월부터 영국의 무용 전문 공연장 새들러스 웰스를 비롯해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에서는 성남과 중국 상하이에서만 공연될 예정이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