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포기한 식도암 환자…세 차례 수술 끝에 새 삶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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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를 만나다
박성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
성장 빠른 식도암
너무 커 수술 못하고
항암제 등 의존하다
기관지도 문제 생겨
내과·중환자의학과
한마음으로 협력해
수술 후 재건 성공
환자 일상 회복 도와
로봇으로 최소 절개
합병증 위험 낮춰
생존율 '세계 최고'

미국의 식도암 치료 환자 5년 생존율은 23.3%, 지난해 국내 평균은 42.8%다. 삼성서울병원은 63.9%로 세계 최고다. 치료 성과에 대해 박 교수는 “가슴을 열고 하는 개흉수술부터 내시경을 활용한 흉강경, 로봇 수술까지 다양한 분야 의료진이 환자 맞춤형 진료를 한다”며 “2023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식도암 전용 로봇을 도입해 환자 편의를 높였다”고 말했다.
◇식도암 수술 합병증 크게 낮춰

식도는 몸속에서도 깊은 곳에 있다. 개흉 수술을 하면 시야 확보가 쉽지 않다. 흉강경과 로봇을 쓰면 한결 낫다. 개흉 수술을 할 땐 손이 닿지 않아 많이 잘라내야 하는 정상 조직도 로봇을 이용하면 살릴 수 있다. 정교한 수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미국 로봇수술기기 회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최근 식도암에 로봇 수술을 활용하면 수술 후 폐렴, 호흡곤란증후군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25%에서 6.6%까지 낮아진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에 포함된 최저 합병증 발생률(6.6%)이 박 교수의 수술 성적이다.
식도 안쪽엔 직경이 2㎜ 정도인 후두 신경이 지난다. 수술할 때 이를 건드리면 신경이 마비돼 목이 쉬거나 삼킴 장애 등이 후유증으로 남는다. 로봇으로 이를 보면서 박리하면 손상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개흉 수술을 할 때 20여 개를 잘라내는 림프절도 로봇을 이용하면 40여 개를 잘라낼 수 있다. 림프절을 폭넓게 절제하면 암 전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수술 불가 통보받은 환자도 살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식도암 환자가 가장 많이 찾는 병원이다. 2023년 수술 건수는 260건으로, 연간 국내 식도암 수술(1000여 건)의 4분의 1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이 병원에서 수술받은 식도암 환자의 30일 이내 사망률은 0.8%로 1%를 넘지 않는다. 수술을 잘못하거나 수술 탓에 생긴 합병증 등으로 세상을 떠나는 환자가 거의 없다.박 교수가 흉강경과 로봇 등을 활용한 최소침습 식도암 수술을 시작한 것은 2014년께다. 이후 기술 개발을 거듭해 구멍을 하나만 뚫고 암을 절제하는 단일공 수술을 도입했다. 박 교수의 해외 발표 논문 등을 보고 일본 의사가 견학을 요청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다는 평가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힘들다는 판정을 받은 환자의 생명을 살린 사례도 많다. 지난해 미국 병원에서 수술을 포기한 식도암 환자에게 일상을 선물했다. 수술 대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하느라 기관지에 구멍이 생겨 ‘호스피스 치료’ 외엔 답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환자다. 박 교수는 세 차례 수술을 통해 암을 떼어낸 뒤 식도를 재건하고 기관지에 생긴 구멍까지 막았다. 다른 병원과의 차이를 묻자 박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의 시스템 덕이라고 했다. 그는 “협력 진료를 해야 하는 호흡기내과와 중환자의학과 의료진 등의 실력이 세계 최고”라며 “야구로 치면 투수가 야수가 잡아줄 것이라고 믿고 공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술·담배가 위험 요인
국내 식도암 환자의 90% 이상은 흡연, 음주 등으로 생긴 편평상피세포암 환자다. 식도 위쪽과 중간에 주로 생긴다.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 등엔 역류한 위산 탓에 식도 하부 조직이 망가진 선암 환자가 많다. 국내에선 여전히 오랜 흡연과 음주가 식도암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는 의미다. 그는 “암 진단을 받았는데도 외래 진료 직전 담배를 피워 담배 냄새가 나는 환자, 수술 전날 과음해 수술이 취소된 환자도 있다”고 했다. 암에 걸렸다면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식도암이 생겼을 때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삼킴 장애다. 하지만 이렇게 증상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암 덩어리가 커질 대로 커진 경우가 많다. 조직이 유연한 식도는 잘 늘어나 암이 작을 땐 증상이 거의 없다.
위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조기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도는 위를 확인하기 위해 넣는 내시경이 지나는 통로다.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이상 여부를 일찍 파악할 수 있다. 식도암은 암 성장 속도가 빠른 데다 전이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종종 1년 전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와서는 ‘그땐 문제없었다’고 오진을 의심하는 환자가 있다”며 “오진이 아니라 식도암이 그만큼 빠르게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 약력
▷2004년 연세대 의대 졸업
▷2020~2022년 세브란스병원 교수
▷2022년~ 삼성서울병원 교수
▷2023년 미국 듀크대메디컬센터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