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또…MS의 조급한 '양자컴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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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에 심각한 오류"2021년은 양자컴퓨팅 사업과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치욕의 해’로 불린다. 2018년 MS가 후원한 교수팀이 ‘마요라나 페르미온 최초 발견’에 관한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한 지 3년 만에 철회해야 했던 것. 이론적으로 양자 정보 보호에 유리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마요라나 페르미온은 위상적(位相的·토폴로지컬) 양자컴퓨팅을 가능하게 할 핵심 개념이다.
2021년 네이처 논문 철회 '굴욕'
AI 주도권 잃고 추락한 MS
증명도 안된 기술 섣불리 공개
물리학계 "여전히 이론에 불과
언론 기습 발표는 일종의 전략"
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글로벌 물리학계의 반박이 거세지자 MS는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 사건으로 MS는 양자컴퓨터 연구 전략을 전면 재수정해야 했다. 이랬던 MS가 4년 만에 다시 한번 논쟁에 휩싸였다. 위상적 큐비트 기술을 실제 하드웨어로 구현했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는데 물리학계에선 “MS는 왜 충분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가”라며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양자물리학계의 ‘황우석 사건’
4년 전 MS의 논문 철회를 끌어낸 대표 물리학자인 빈센트 무릭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교수는 MS가 발표한 ‘마요라나 1’ 칩에 대해 “근본적인 수준에서 MS가 주장하는 위상학적 마요라나 큐비트를 기반으로 양자컴을 구축하는 접근 방식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번에도 비판했다. 폴 스티븐슨 영국 서리대 물리학과 교수도 “이번 기술이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고, 게르기오스 카사로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위상 큐비트가 존재한다는 데이터를 보지 못해서 논평할 게 없다”고 꼬집었다.MS의 ‘조급증’이 4년 만에 또다시 도졌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방정호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양자컴퓨터센터장은 “(위상 큐비트를) 아직 완벽하게 입증하지 않은 채 논문을 발표한 것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처럼 비친다”고 지적했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양자물리학 석학인 산카르 다스 사르마 교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상업용 양자컴퓨터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 전에 훨씬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과잉 해석을 경계했다.
◇“상용화를 위한 연산 증명 빠져”
학계와 업계에선 MS가 여전히 이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서둘러 발표한 배경에 대해 최근 1년여간 이어진 위상 추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MS는 오픈AI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고도 정작 인공지능(AI) 산업에선 주도권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력 사업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MS 애저의 점유율은 작년 3분기 기준 20%로,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 31%)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테크주 폭등세에도 MS의 지난해 주가 상승률(21일로부터 직전 1년 기준)이 1.49%에 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MS가 기존 방식보다 안정적이고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토폴로지컬 양자컴퓨팅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MS는 AI를 포함한 첨단 컴퓨팅 산업에서 단번에 선도자 지위에 오를 수 있다. 구글, IBM, 아이온큐 등이 채택한 기존 초전도 큐비트나 이온트랩, 중성원자 방식은 본래 불안정한 성질의 큐비트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와 달리 MS는 안정적으로 초전도성을 띠는 물질을 개발해 양자 정보의 손상을 막고 오류를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요라나는 1937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가 예측한 입자다. MS가 공개한 ‘마요라나 1’ 칩도 여전히 학술적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연산 증명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현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