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올라탄 두산…전자 매출 첫 1조

AI 가속기에 동박적층판 공급
"중장기 수요 증가 따라 증설"
올해 매출도 작년 넘어설 듯
두산그룹의 전자 사업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동박적층판(CCL)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두산그룹이 글로벌 AI 호황 흐름에 올라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의 사업 부문인 전자BG(비즈니스그룹)는 지난 19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시장 수요 증가에 따라 증설을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 수요는 현재 생산능력으로 대응 가능하다”고 밝혔다. ㈜두산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에서 동박을 공급받아 CCL을 제조한 뒤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대만 기업 등)로 넘겨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수요가 증가하는 데 따라 두산 전자BG가 생산하는 CCL이 늘어나는 구조다.

두산 전자BG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두산의 전체 영업이익은 1411억원으로, 이 중 전자BG가 차지한 영업이익은 밝히지 않았다. AI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두산의 전자 사업 실적이 올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산은 AI 가속기 매출이 늘어나기 전인 지난해 11월 올해 매출을 1조100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업계는 올해 실제 매출은 이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루빈 추정)에 대해서도 CCL의 품질 검증을 진행 중이다. 예정대로 올 하반기 검증을 통과하면 내년에도 안정적인 수요처가 생기는 것이다. 또 차세대 그래픽용 D램인 그래픽스 더블데이터레이트(GDDR)7,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에 소재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자BG장을 지낸 유승우 사장이 ㈜두산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승진한 만큼 전자 사업이 더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 사업 부문은 전자BG, 시스템통합(SI)을 하는 디지털이노베이션BU, 두타몰 등으로 나뉘는데 전자BG가 대부분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런 만큼 지주사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전자BG 사업을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1일 ㈜두산 주가는 전날보다 9.78% 오른 3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