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끊긴지 오래" K애니 유망업체도 직원 3분의 1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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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애니의 습격…길 잃은 K애니
(2) 드라마·영화 한류 열풍 속 K애니만 '뒷걸음'
키즈 애니 10편 넘게 만든 中企
저출생 직격탄…눈물의 구조조정
업체 3분의 2가 투자처 못 구해
OTT 협업·정부 지원도 '열악'
IP만으론 부가가치 창출 힘들어
완구·유통 같이하며 체질 바꿔야

◇ 영유아 감소로 정체된 K애니

미국과 일본에 비해 애니메이션 후발주자인 한국은 2000년대 들어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틈새시장’으로 공략하며 발전해 왔다. 미국의 ‘호머 심슨’ ‘토이스토리’, 일본 ‘포켓몬스터’ 등 글로벌 애니메이션의 틈바구니에서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2003년 등장한 ‘뽀롱뽀롱 뽀로로’를 시작으로 ‘꼬마버스 타요’(2010년) ‘헬로카봇’(2014년) ‘신비아파트’(2014년) 등의 인기 애니메이션이 잇달아 제작됐다. 애니메이션업계는 흥행한 키즈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완구업체와 협업해 여러 장난감을 출시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저출생으로 영유아 인구가 급감하자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특히 장난감 제작을 외주로 맡긴 애니메이션업계는 자체 IP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반이 무너지면서 휘청였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은 대본 작성부터 제작, 연출, 공급 등 모든 공정에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인기 IP를 만들어 원소스멀티유즈를 극대화하는 게 매출의 핵심인데 이젠 이런 과정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 극장 이어 온라인에서도 외면받아
국내 중소 애니메이션업체 임원은 “키즈 콘텐츠의 유튜브 조회수 1회에 1원 수준이던 광고 정산비가 2019년 이후 0.2원으로 줄었다”며 “하루아침에 매출이 5분의 1토막 나면서 5인 미만 애니메이션기업이 문을 닫거나 아예 업종을 바꾸는 일이 급증했다”고 했다.
글로벌 OTT와 협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작한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대표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경우 제작비를 보전받는 조건으로 IP를 넘겨줘야 해서 캐릭터 판매 같은 다른 신사업을 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며 “뽀로로 IP를 활용해 여러 사업을 키워 성공한 모델이 나올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애니메이션산업을 살릴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영화나 IP 관련 펀드에서 일부 자금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사업을 지원해 왔다”며 “2021년 ‘애니메이션 진흥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올해까지 500억원 출자 계획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종환/구교범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