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정 출산 시, 외국 국적 포기해야 대한민국 국적 취득"

2년 체류 예외 조항 인정 안 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복수 국적자가 부모의 원정 출산으로 해외 국적을 취득했다면, 외국 국적을 포기하기 전에는 한국 국적을 선택할 수 없다는 법원이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6일 복수 국적자 A씨가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적선택 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7월 미국 오리건주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부모에게 태어나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가진 복수 국적자다. 그는 2024년 2월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려 했다.

출입국 당국은 A씨가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국적 선택 신고를 반려했다. A씨의 모친이 원정출산을 했다고 본 것이다. 국적법 13조 3항에 따르면 부모가 원정 출산을 했다면 그 자녀는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만 한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A씨는 모친이 자신의 출생 전후를 합산해 2년 이상 미국에 체류했으므로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국적법 시행령은 자녀의 출생 전후를 합산하여 2년 이상 계속하여 외국에서 체류한 경우에는 원정출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모친이 원정출산을 위해 출국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둔 어머니가 임신한 후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자녀를 출생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녀의 출생일을 포함한 전후로 2년 이상을 ‘계속해’ 외국에 체류해야 한다”며 “합산 체류기간이 2년 이상이라고 해서 원정출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의 모친은 2000년 8월 약 2주가량 미국에 머문 뒤 2003년 출산 전까지는 미국에 간 적이 없었다. 2003년 8월 출산 후 한국에 입국한 이후에는 2011년이 돼서야 미국으로 출국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