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총 시즌, 국내외 자문사들이 꼽은 관전 포인트는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와 컨설팅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후 맞은 첫 주주총회 시즌이라는 데 주목했다. 주주제안 수와 그 내용 또한 한층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ESG 리스크 관리도 이사회의 책임 사항으로 여전히 중요한 주제다.
[한경ESG] ESG NOW - 주주총회 프리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1월 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한국경제DB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1월 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많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와 컨설팅사는 2025 정기주주총회 동향 전망(Proxy Season Preview)을 내놓고 주주총회에서의 제안 사항 점검 및 투자자 동향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스틴베스트·한국ESG연구소·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국외에서는 미국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 글로벌 컨설팅사인 EY와 PwC 등이 2025 주총 프리뷰를 내놓았다.

거버넌스 개선은 주총의 꾸준한 관심사로 자리 잡았으며, 다양한 주주제안을 통한 주주행동주의 강화 물결도 거세다. 글로벌 자문사와 컨설팅사는 기후에서 인공지능(AI)까지 이사회의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1.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

올해 정기주주총회(주총)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에 따른 주주환원이다. 2025년은 한국거래소가 추진한 국내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영되는 첫 주주총회 시즌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기업(예고 공시 포함)은 2월 말 현재 102곳에 이른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이 중 절반 이상인 51개사가 주주환원 핵심 지표로 총주주환원율(TSR)을 활용하고 있다. 총주주환원율은 현금배당 규모와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를 더해 계산한다. 투자자의 의사결정에도 주주환원 민감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에서는 주주 권익과 관련한 내용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나온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 3차 개정안에서도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공’이 신규 핵심 지표로 등장했다.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이 처음 등장한 지난해부터 주주환원 규모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자기주식 매입은 전년 대비 2.3배 증가해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자기주식 소각도 2.9배 증가해 최근 7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주목하는 것은 국내 자문사뿐이 아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주주총회 시즌을 맞춰 발간한 나라별 프리뷰에서 한국의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주요 재무지표 공개 ▲거버넌스 개선 ▲3개년 자본 효율성 제고 계획 수립을 주요 골자로 봤다. 글래스루이스는 이 프로그램이 기업 공시 관행을 바꾸고 주주제안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한국 기업이 자사주 취득 및 처분에 대한 정책을 업데이트하며 자사주 거래 목적, 범위 및 영향을 명확하게 공시할 것을 강력히 권장했다.
#2. 활발한 주주제안을 통한 주주행동주의

지난해부터 부쩍 활발해진 주주행동주의도 강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법령(상법 또는 자본시장법)과 공시제도 또한 보다 주주 친화적으로 개정이 이루어지는 데 맥을 같이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에 주주서한을 보내며 본격적으로 주총을 준비 중이다. 주주제안 내용도 다양해지고 더 진화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난해까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목적이 주로 거버넌스 투명성 개선과 현금배당 상향 및 자본배분 효율성 제고 등이었으나 최근 들어 집중투표제 도입이나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영국의 거버넌스 관련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제안 건수와 관련해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은 2위로, 3위인 홍콩을 멀리 따돌리며 주주행동주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우 2022년에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주주제안이 49개였으나 2023년 77개로 정점을 찍고, 2024년에도 66개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부터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가결된 기업 비율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주주제안도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 주주환원율을 높일 것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등 안건 4개를 주총에서 다룰 것을 요구했다. 머스트자산운용도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자사가 추천한 이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티웨이항공 2대 주주인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경영 개선을 요구하고, 주주 명부 열람등사청구 및 주주제안을 전달하는 등 경영 참여를 본격화했다. 지난해에도 한미사이언스, 다올투자증권 등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34곳 중 9곳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바 있다.

2025년 주총에서는 개인투자자 및 주주연대의 적극적인 주주 행사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국ESG연구소는 개인투자자가 최근 3년간 1400만 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주목했다. ACT, 비사이드코리아, 헤이홀더 등 개인투자자를 위한 다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주주 연대 결집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주주총회 참석률 상승을 견인해 기업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ACT는 삼성전자 등 상위 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주주서한 내용은 집중투표제 도입, 개인주주 대상 IR 정례화, 정관 내 소액주주 보호 조항 삽입, ESG 관련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 4가지다.
#3. 이사회의 ESG 리스크 관리

최근 ESG 기조가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여전히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업 이사회의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를 중요한 주제로 보았다. 글래스루이스는 기업이 환경적·사회적 리스크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적절한 감독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감독해야 할 핵심 분야로는 ▲기후변화 및 탄소배출 ▲자원 및 에너지 관리 ▲공급망 지속가능성 ▲인권 및 노동 기준 ▲다양성, 포용성 및 평등 ▲윤리 및 반부패 등을 꼽았다. 글래스루이스는 기업이 관련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는 경우 이사회의 관련 책임자를 대상으로 반대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KOSPI 200 기업 중 기후변화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가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 내용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과 부합하는지 평가할 것을 예고했다. 또 에너지, 중공업, 운송 등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리스크 공시를 검토한다. 이사회가 기후 리스크 감독에 대한 명확한 책임 구조를 갖췄는지 분석하고, 만약 기업이 기후 리스크 관련 공시를 제공하지 않거나 TCFD 권고안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관련 책임 이사에게 반대표를 권고한다고 글래스루이스는 밝혔다.

국민연금도 2023년 3월 중점 관리 사안 조항에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가 필요한 사항’과 ‘산업안전 관련 위험 관리가 필요한 사안’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국내 투자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사회의 환경적·사회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대두될 수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난해까지는 TCFD,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대응 여부 등 기후 공시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탄소중립 선언, 계획 수립 등 기후 리스크 관리 성과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가 환경적·사회적 리스크 관련 사항을 안건 분석에서 참고 사항으로 기재하거나 반대를 권고한 이사 후보 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 안건의 일환으로 사이버보안 및 기술, 인공지능(AI) 리스크에 대한 감독을 강조하고 있다. 글래스루이스는 기업이 사이버보안 및 AI 리스크를 적절히 평가하고 대응 조치를 마련했는지 검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관련 이사에 반대표를 권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Y는 기관투자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놓은 2025 정기주총 프리뷰에서 기후와 인재가 여전히 주요 관심 분야지만, 점점 더 많은 투자자가 기업의 기술 및 AI 거버넌스, 자본 전략, 정치적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