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비틀스의 라이벌 '데이브 클라크 파이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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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8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
캐스 선스타인 지음 / 박세연 옮김
한국경제신문 / 328쪽│2만2000원
1960년대 인기 英 로큰롤 밴드
비틀스와 달리 후대에 잊혀
노력만으로 성패 나뉘지 않아
돈이 돈을 버는 '마태 효과' 등
외부 요인 중요하게 작용


이 책의 영어 원제 ‘How to Become Famous’를 직역하면 ‘유명해지는 방법’이다. 저자는 “이 제목은 속임수에 가깝다”며 이 책은 인기를 얻는 방법에 대한 지침서가 아니라고 당부한다. 그는 유명해지는 건 마치 복권 당첨과 같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의 핵심을 “빠르다고 경주에서 이기는 게 아니며, 강하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며, 똑똑하다고 빵을 얻는 게 아니며, 지식이 있다고 부유한 게 아니며, 기술이 있다고 은총을 받는 게 아니다”는 성경 구절에 빗대어 설명한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왜 어떤 사람은 유명해지고 어떤 사람은 잊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집단 양극화와 네트워크 효과 등 관련 이론을 근거로 제시한다. 2부에서 저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람 13명을 추려 그들이 인기와 명성을 얻은 이유를 분석한다. 작가 윌리엄 블레이크와 제인 오스틴, 마술사 해리 후디니, 스타워즈를 만든 영화 제작자 조지 루커스와 마블 시리즈를 만든 만화가 스탠 리, 가수 밥 딜런과 비틀스 멤버 5명 등이다.
책은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연구한 ‘마태 효과’를 소개한다. 이 이론의 이름은 “가진 자는 얻어서 더 넉넉해지지만 없는 자는 뺏겨서 더 가난하게 될 것”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마태복음에서 유래했다. 이 구절은 ‘누적 이익’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초반의 우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개념이다. 돈이 더 많은 돈을 벌어주듯, 유명할수록 더 쉽게 유명해진다는 뜻이다.
명성은 ‘네트워크 효과’의 덕도 본다고 설명한다. 책, 영화, 노래 등 어떤 문화적 상품이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상품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외되지 않고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그 인기에 편승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은 노래가 좋아서이겠지만, 한편으론 그의 팬덤에 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도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롤모델’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인종,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등 타고난 성장 배경이 한 사람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을지를 가른다고 설명한다. 올바른 롤모델을 만나지 못하거나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인생의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무하마드 알리보다 권투 실력이 더 뛰어나지만, 대중 앞에 한 번도 서지 못한 선수가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타고난 재능, 노력과 끈기보다 시대, 재산, 성별, 인종, 후원자 등 외적인 우연한 요소들이 명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면서 혁신가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외적인 요인 때문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진정한 비극”이라고 말한다. 책은 “관심받지 못한 수많은 아인슈타인이나 셰익스피어, 또는 밀턴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며 “지금 바로 우리 사이에 있을지 모르는 그들의 존재에 계속 주의를 기울인다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들이 더 적어질 것”이라는 온정적인 주장으로 끝을 맺는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