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혼돈을 동력으로, '줌 아웃' 전략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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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대표

◇ESG 경영으로 시장·비시장 통합

이런 비시장 전략 경영 덕분에 TSMC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국가 산업 기반을 뒷받침하는 ‘필수 파트너’로 인정받으면서 실적과 평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 핵심에는 시장 전략적 투자 외에 비시장 환경 내 이해관계자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적극적인 비시장 전략으로 활용하는 등 ‘줌 아웃’ 전략으로 전체를 보고 시장 전략과 비시장 전략을 통합하는 시스템스 접근법이 있었다.
◇위기 속 기회 만든 통합 협업 모델
우리나라처럼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국가에서도 주목할 사례들이 있다. 브라질 항공우주회사 엠브라에르, 폴란드 게임 개발사 CD프로젝트다. 엠브라에르는 정부·민간·해외항공사 사이 통상 갈등을 맞닥뜨렸지만 정부와의 공동 연구개발(R&D), 지역 일자리 창출, 항공 보안규정 강화를 하나의 협업 모델로 묶어냈다. 회사는 줌 아웃 전략과 통합적인 시스템스 접근법을 통해 브라질의 핵심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CD프로젝트는 표현의 자유와 보수적 규제가 충돌할 때 폴란드 정부와 게임산업 육성 정책을 함께 설계해 이 위기를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기회로 바꿨다.우리는 종종 위기 상황에서 “언제 이 고난이 지나갈까?”라고 바라지만 사실 경영 역사의 위대한 전환점은 위기를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기업들의 줌 아웃 전략과 시스템스 접근법에서 나왔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비시장 환경의 대격변 속에서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방법은 위기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되 줌 아웃 전략으로 비시장 환경의 패턴을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시스템스 접근법으로 이질적 이해관계를 새로운 길로 통합해내는 데 있다.
◇규제·정치 변화 속 협력 메커니즘 필요
앞으로도 시장은 더욱 복잡한 규제 환경, 급변하는 정치 지형, 그리고 폭넓은 시민사회의 요구에 노출될 것이다. 이는 기업에 큰 위험이자 동시에 창조적 접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이제는 시장 논리만 바라보는 ‘반쪽짜리’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지역사회와 협력 메커니즘을 가동하고 사회·환경적 가치를 기업 운영 전반에 내재화하는 비시장 전략 경영이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리고 줌 아웃 전략으로 전체를 조망하고 시장 전략과 비시장 전략을 통합해내는 시스템스 접근법, 시스템스 퍼블릭 어페어스(공공관계)가 필요하다.시스템스 퍼블릭 어페어스는 시장과 비시장 환경에 기반해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 최적의 시나리오에 맞춰 근거 기반의 정책 제안을 준비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혼돈과 갈등 속 숨은 시스템들 사이의 연관관계를 찾아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이들과 협력을 통한 파일럿 프로젝트부터 시작하며 공동의 이해를 넓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내 갈등 관리와 대외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변화가 많은 혼돈의 상황에서 디테일보다는 전체를 보는 줌 아웃 전략, 시장 전략과 비시장 전략을 통합하는 시스템스 퍼블릭 어페어스를 전략적 사고의 틀로 갖추고 실행해야 한다. 혼돈이 길어질수록, 이를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 경로를 개척하는 기업이 결국 미래를 선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