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우려에…92년 된 'GDP 계산식' 바꾸겠단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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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출 줄일 땐 성장률도 급감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국내총생산(GDP) 계산식에서 정부 지출을 제외하겠다고 시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美상무 "GDP 계산 때 분리할 것"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미국 정부는 GDP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그들은 정부 지출을 GDP의 일부로 계산하는데 나는 그 둘을 분리하고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GDP를 소비와 투자, 정부 지출과 순수출의 합으로 계산하는 ‘국민계정항등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민계정항등식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가 1933년 고안한 이후 각국의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데 사용해오고 있다. 매크로마이크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 성장의 17.2%를 정부 지출이 기여했다. 소비의 기여율이 68.2%로 가장 컸고 투자는 17.7%, 순수출은 -3.1%로 집계됐다.
AP통신은 러트닉 장관이 GDP 산출식을 바꾸려는 이유를 “정부효율부(DOGE)의 영향을 애매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과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늘려놓은 정부 지출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DOGE에서 급격히 줄이면 성장률이 급감할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응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1.5%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놔 월가를 놀라게 했다. 열흘 전 예측치는 2.3%였다. ‘트럼프 관세’를 우려한 수입 업자들이 수입을 늘리자 지난 1월 미국 상품 무역적자가 25% 이상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GDP 산출식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산출식을 마음대로 바꾸면 통계의 연속성이 깨져 경제 정책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 교수는 “1년 전,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