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와의 언쟁 유감…평화협상 준비했다"

美, 우크라 군사 지원 중단…젤렌스키 평화협상 시사
러시아 '지원 중단 환영'…유럽, 우크라 안보 보장 요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사진=REUTER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사진=REUTER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두고 “유감스럽다”고 평가하며 평화 협상을 위한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희귀광물 채굴권 계약을 체결할 준비를 마쳤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협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지원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회담 이후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젤렌스키가 협상에 나설 의향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테이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진정한 평화와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美·유럽, 안보 보장 두고 이견…러시아 “지원 중단 환영”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휴전이 선행돼야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조치를 반기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더 이상 키이우의 나치 하수인을 먹여 살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그 기생충은 위험하다. 그러니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젤렌스키, 美 광물협정 통해 지원 확보 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광물협정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이 협정이 더 큰 안보 보장을 위한 단계가 되길 바란다”며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협정 체결로 군사 지원을 재개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정부 관계자는 WSJ를 통해 “광물협정이 체결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군사 지원 재개의 조건으로 삼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백악관 회담 이후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이우 정치 분석가 코스챤틴 바토즈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압박한다고 해서 그가 푸틴과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안보 보장이 없는 휴전’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 점령 당시 확실한 안보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전면 침공을 감행했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강력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