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속도 붙는 대한민국 우주개발

올해 하반기 누리호 4차 발사
안보 핵심 KPS위성 구축 추진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은 올해 하반기 네 번째 누리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2027년까지 세 번을 더 발사해 모두 성공하면 누리호는 언제든지 발사해도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국의 로켓이 될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주 개발을 일찍 시작해 순수 국산 로켓 H-2,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H2-A, 그리고 상업용 로켓 H-3 발사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다른 나라의 인공위성을 대신 발사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우주 비즈니스가 가능해졌다.

우리는 늦게 시작했지만 나름대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누리호는 저궤도에 약 3t의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으며, 2032년까지 총 2조100억원을 투입해 최대 10t 규모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차세대 로켓을 개발할 계획이다. 차세대 로켓은 1단에 100t급 엔진 5기를, 2단에는 10t급 엔진 2기를 장착한다. 2031년에는 달 착륙선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425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날씨와 관계없이 탐지가 가능한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탑재 위성과 전자광학 위성(EO), 적외선 장비(IR)를 장착한 위성으로 구성된다. ‘SAR’과 ‘EO’의 영문 철자를 조합하면 ‘SA+EO’인데, 이를 한국어로 발음하면 ‘425(사이오)’가 돼 425 사업으로 불린다. 북한 미사일 움직임을 탐지하기 위해 개발 중인 425 사업은 SAR 4기와 EO·IR 1기 등 총 5기의 정찰위성을 쏘아올린다. 이 위성들은 지표면에서 50㎝보다 큰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향후 기술력이 향상되면 지상 물체 30㎝급까지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안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우주 개발 사업 중 하나다. KPS가 구축되면 사용자가 태평양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요격이 필요하면 KPS 정보를 활용해 정확한 좌표로 이동해 폭파할 수 있다. 따라서 KPS 위성 8기 확보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KPS 위성을 직접 제작한 경험이 없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KPS 구축은 2035년쯤 완료될 전망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022년 한국은 위성항법 분야에서 기술 및 경험이 풍부한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양국 정상 간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미국은 GPS 위성 24기를 운용하며 전 세계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 한국의 안보를 지켜줄 위성은 다목적 실용위성이다. 실질적으로는 첩보위성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정보수집위성이라고 부른다.

일본은 올해 말까지 총 10기의 정보위성을 보유할 예정이다. 한국은 올해 다목적 실용위성 1기를 추가로 발사하면 총 4기 체제를 갖춘다. 우선 급한 대로 4기만 확보해도 북한을 감시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이 자체적으로 인공위성을 제작할 자금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형 인공위성 시대가 열리고 있고, 한국은 소형 인공위성 제조 기술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역시 수십 기의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해 북한과 중국을 정밀 감시할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국도 수십 기의 소형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국가 안보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나아가 소형 인공위성을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 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주 개발 사업은 국가 안보와 경제력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핵심 산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