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상법개정 재고' 요청에…이재명, 사실상 거절
입력
수정
지면A6
민주·한경협 10년만에 재회
간담회 초반엔 '화기애애'
李 "기업 안 만날 이유 없다"
류진 "차였던 여친 만나는 느낌"
경제살리기 10대 과제 전달
상법·반도체법엔 '이견'
류진 "부작용 크고 경쟁력 타격
대타협의 물꼬 터졌으면" 호소
민주 "제도 개선땐 시장 투명
기업 자금조달 걱정 줄어들 것"

◇10년 만에 한경협 만난 민주
이 대표는 이날 류 회장 등 한경협 관계자들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경제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 측에서는 이 대표를 비롯해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정성호 유동수 의원 등이 참석했다.민주당 대표가 한경협 회장을 공식적으로 만난 건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절을 포함해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6년 말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경련을 적폐로 규정한 탓이다. 이날 간담회를 놓고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경협을 왜 만나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공개된 간담회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 대표는 “(한경협이) 대한민국 경제 일익을 담당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업들 연합체인데 당연히 만나서 의논해야 한다”며 “안 만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류 회장은 “10년이 너무 길었다. 차였던 여자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대표가 당내 반발에도 한경협을 만난 건 자신의 실용주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다.
◇李, 상법·주 52시간제 요구는 외면
하지만 비공개로 전환돼 이어진 회의의 분위기는 달랐다고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는 류 회장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고,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경영계는 주주 소송이 남발되고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류 회장이 이 대표에게 ‘상법 개정의 부작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했다”며 “이 대표는 ‘투자자들이 시장에 갖는 불안,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 확보도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투자자들의) 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고, 자본시장이 투명해져 활성화되면 기업도 자금 조달 걱정이 줄어들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표와 류 회장은 배임죄 폐지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반도체 주 52시간제 특례에 대해서도 “대타협의 물꼬가 터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추가 근로 수당을 지급하는 조치를 하면 현행 제도 내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며 “이는 이미 정부에 있는 권한”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경협은 이날 민주당에 ‘경제 살리기 10대 과제’ 정책 제안도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