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층 높이에서 수직 낙하…하늘과 물속 넘나드는 서커스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
마카오서 5년만에 열려

세계 최대 '워터쇼' 프리뷰
다이버·무용수·공중곡예사
30개국서 300명 예술가 모여
상상 속 '신비한 왕국' 공연

멜코리조트 4000만弗 투자
올림픽 수영장 5개 합친 규모
무대에 담긴 물 1400만L
① 마카오 워터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수중 무대 위로 치솟은 배에서 배우들이 물속으로 낙하하고 있다. 시티오브드림스 제공
“하얀 선 밖으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아래로 떨어지면 큰일 납니다.”

세계 최대 워터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펼쳐질 마카오 무대 뒤 현장. 지난달 27일 세계 각국에서 모인 취재진을 안내하던 쇼 관계자가 큰 목소리로 주의를 줬다. 얼마나 높은지 확인하기 위해 발은 하얀 선 안에 꼭 붙이고 고개를 살짝 내밀어 보니 순간 몸이 서늘해지며 아찔한 높이가 체감됐다. 오는 5월 쇼가 정식 개막하면 쇼 다이버는 이(4층 높이)보다 더 높은 6층 25m 높이에서 물속으로 자유낙하한다.

고난도 애크러배틱을 선보이는 수중 무대는 배우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마른 평지로 순식간에 변한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5개 규모에 달하는 수중 무대(약 1400만L)가 평지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분. 배우들은 수중과 지상, 공중을 넘나들며 화려한 군무와 기예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90분 동안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5년 만의 화려한 컴백

②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의 무대는 물이 빠지면 1분 만에 평지로 모습을 바꾼다. 270도 원형 극장에 2000개 좌석이 마련돼 있다. 시티오브드림스 제공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5년 만에 돌아온다. 마카오 복합 리조트 운영 기업 멜코리조트앤드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리조트인 시티 오브 드림스가 운영하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초기 제작에 20억위안(약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마카오 대표 관광 상품이었다. 2010년 9월 첫 공연 이후 4000회가량 무대가 이어졌다. 누적 관람객은 600만 명.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6월 막을 내렸다. 두 달 뒤면 새로운 연출과 더 정교해진 기술로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멜코는 이번 공연에만 4000만달러(약 585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의 간판 연출가 프랑코 드라고네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유명 예술감독 줄리아노 페파리니가 총연출을 맡았다. 드라고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설 공연 중인 워터쇼 ‘오(O)’에 이어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2022년 세상을 떠난 그의 뒤를 이어 조연출이던 페파리니가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2.0’을 지휘했다. 배우, 스태프 등 세계 30개국에서 300여 명이 모여 이번 무대를 올린다. 페파리니는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다이버를 포함해 무용수, 공중곡예사 등으로 이뤄진 팀”이라며 “단순히 러시안 스윙(대형 그네를 이용한 곡예)과 같은 고난도 기술을 잘하는 게 아니라 극적인 요소를 잘 표현하는 연기자를 뽑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사랑을 주제로 한다. 어느 신비한 왕국에 찾아온 낯선 남자가 계모인 왕비에게 핍박받는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중심이다. 페파리니는 “어렸을 때 본 동화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클리셰(진부한 장치)가 많지만 이런 클리셰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며 “조명과 레이저 효과가 이야기의 흐름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15초마다 “큐!” 물속엔 비상 대기 인력

이날 둘러본 백스테이지는 쇼의 규모에 걸맞게 배우와 스태프의 역할과 동선에 따라 체계적으로 나뉘어 있었다. ‘쇼의 심장부’인 제어실에서는 평균 15초마다 큐(신호)를 보내고, 비상시 배우들이 신속히 구조될 수 있도록 물속에서 대기하는 인력도 배치한다는 설명이다. 해골 모양 가면을 비롯해 각종 장신구와 의상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35만 개가 달렸을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깊이 9m, 폭 50m 수영장에는 1400만L의 물이 담겨 있는데, 이는 라스베이거스 오쇼(570만L)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수영장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소독약 냄새는 나지 않았다. 출연진의 건강을 위해 수질을 관리하고, 물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0도로 맞춰둔다고.

로런스 호 멜코리조트앤드엔터테인먼트 회장은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제공하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 마카오를 라이브 공연의 명소로 만들어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마카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