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체 왜 이래?"…정치권 마저 '불만 폭발'한 이유

트럼프, 25% 관세 이틀만에 유예
갈팡질팡에 기업도, 정치권도 피로감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역풍 우려
잦은 정책변경에 공화당 내부서도 불만
캐나다 "사이코드라마 되풀이하기 싫어"
캐나다, 멕시코도 상호관세 대상 될 수도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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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관세 전략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토드 영, 공화당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일부를 한달 유예시키자 그의 관세 정책에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협상 전략이라고 해석하기에 정책 변경이 너무 잦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조차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해 “이런 사이코드라마를 30일마다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잦은 정책 변경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는 1월 20일 취임 직후 2월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막상 발효 날짜가 다가오자 하루 전인 2월 3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한 달간 전격 유예했다. 중국에 대해서만 예정대로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 4일 10%를 더 추가했다.

관세 부과 목적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근거로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 유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로부터의 펜타닐 유입량은 많지 않고, 멕시코는 구체적인 숫자를 근거로 적극적인 마약 차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와 관련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캐나다와 멕시코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는 것과 같다고 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 시행을 언급한 초기에는 이같은 정책 변경이 협상 전략의 일부로 해석됐다.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역풍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GM, 스텔란티스, 포드 등 미국 내 주요 자동차기업들이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에서 1개월 유예 조치를 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관세가 미국 내 자동차 소비자 가격의 급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 말고도 농업 분야를 비롯한 여러 업계가 관세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유사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상호관세로 수렴될 듯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멕시코와 캐나다도 4월 이후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4월 2일에 전 세계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등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상대국에도 관세를 지우겠다는 게 정책 취지다. 기존엔 유럽연합(EU)이 상호관세 주요 타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펜타닐 부문에서 충분한 노력을 해서 이 논의(펜타닐 관련 관세)는 의제에서 빠지고, 상호 관세 대화로 넘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부터 한국 등 그간 관세를 면제받아온 국가에도 부과하기로 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변경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조정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조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다음 주에 발효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또한 변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캐나다와 멕시코처럼 다른 국가들이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투자 확대 등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처럼 관세 유예 혹은 범위 축소 등으로 화답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관세일 때는 예상 시나리오가 달라진다. WSJ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관세를 협상의 도구가 아닌 최종 목표로 간주하게 된다면, 그들의 전략은 바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예측할 수 없고 위협적인 이웃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