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성공 주역, 'K팝 자컨 창시자' 방우정 대표의 새 도전 [김수영의 크레딧&]

[김수영의 크레딧&]

방우정 레토피아살롱 대표 인터뷰
빅히트엔터부터 하이브까지 14년 재직
자체 콘텐츠로 'BTS 성공 공식' 만든 주역
강점 내세워 회사 설립…보이그룹 론칭 예정
서울 시작으로 일본·미국 등에서 오디션 개최
"자식들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준비" 자신감
"엔터 업계에 새 패러다임 제시하고파"
사진=유튜브 채널 '방탄TV'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방탄TV' 캡처
2013년 데뷔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은 K팝 신을 뒤흔든 역대급 사건이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지하 연습실에서 피땀 눈물을 흘리던 이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팬덤을 넓혀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굴지의 글로벌 그룹으로 우뚝 섰다. '중소의 기적'이라 불렸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국내 엔터 시총 1위의 초대형 기획사 하이브로 거듭났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인기가 수직 상승하기 시작한 때는 '화양연화' 앨범 시리즈가 시작된 2015년이다. 방탄소년단은 '아이 니드 유(I NEED U)'라는 곡으로 상승가도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그룹 엑소가 K팝 팬덤을 꽉 쥐고 있었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방탄소년단의 해외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었다.

중소 기획사를 일으켜 세울 정도로 파급력이 셌던 이들의 성공 요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 가운데, 가장 큰 공감을 얻었던 게 바로 온라인 팬 소통이었다. 미디어 노출이 쉽지 않았던 영세한 환경 속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유튜브를 통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 콘텐츠 '달려라 방탄', '방탄밤', 'BTS 페스타' 등을 기획·제작해 선보였다. 현재 K팝 마케팅의 필수 요소가 된 '기획형 자체 제작 콘텐츠(자컨)'의 시초였다.
방우정 대표 /사진=레토피아살롱 제공
방우정 레토피아살롱 대표는 '달려라 방탄' 등을 성공시킨 주역으로, 2010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약 14년간 하이브에 재직하며 하이브 뮤직그룹 주요 아티스트들의 콘텐츠 제작을 총괄했다. 방탄소년단 데뷔 초창기 시절부터 함께해 100여 명의 직원을 관리하는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팬 커뮤니케이션을 주도, 'BTS 성공 주역'으로 꼽혔다.

그런 그가 지난해 9월 하이브를 박차고 나와 레토피아살롱을 설립했다. 김수린 전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부사장, 박준수 하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스튜디오 SP(Senior Professional)와 힘을 합쳤다. 최근 개업식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논현동에 위치한 사무실에는 JYP, SM, YG 등 대형 엔터사들의 축하 화환이 놓여 있었다.

'대기업까지 가보자고'라고 재치 있는 멘트를 적은 방탄소년단 제이홉, '사랑한다'며 애정을 드러낸 지민과 정국의 화환이 눈길을 끌었다. 진은 방탄소년단을 대표해 축하 영상을 보냈고, 제이홉은 개업식에 직접 참석해 사진까지 남기고 갔다.

방 대표는 "업계 분들한테 응원받으니 새로 출발한다는 게 이제야 조금 실감 난다. 지난해 9월 하이브를 퇴사한 뒤 회사 브랜딩을 시작했고, 연습실·보컬룸 등을 갖춘 인테리어 작업에 특히 신경을 썼다"면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그간 업무하면서 마음이 잘 맞았던 사람들과 함께라 답답함 없이 신이 나는 상태"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보낸 개업 축하 화환과 개업식에 참석한 제이홉의 모습 /사진=레토피아살롱 제공
디자인과 영상을 전공해 한때 예능 PD를 꿈꾸기도 했던 방 대표의 기획력은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방송국에 나갈 기회가 거의 없었던 데뷔 초 유튜브에 '방탄TV'라는 자체 방송국을 만들어 각종 '자컨'으로 팬들과의 교감을 늘렸다. 3월 현재 '방탄TV'의 구독자 수는 약 8000만명에 달한다.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 데뷔 초에는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신인 아티스트가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없었다. 무조건 다양한 매력을 많이 보여줘야 하고, 또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멤버들이 워낙 팬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성향이다. 흔쾌히 수락해 준 덕분에 현장에서 찍어서 바로 내보내는 게 가능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콘텐츠가 해외 팬덤을 모으고 결집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자컨'은 이제 K팝 팬덤 비즈니스의 표준이 됐다. 특히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이 아닌, 소탈하고 꾸밈 없는 아이돌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입덕(팬이 되는 것을 일컫는 말)' 발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엔터사들이 일제히 영상 제작 인력을 보강하던 시기를 지나 콘텐츠팀이 핵심 부서로 자리잡은 상태다.

방 대표는 "요즘은 데뷔하면서부터 예능형 '자컨'을 만들더라. 이러한 변화를 예상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시작했을 일"이라면서 "너무 쉽게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시기라 볼 게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은 수익화 사업으로도 발전하는 중이다. 힐링 여행 콘셉트로 만든 '인더숲' 시리즈는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됐고, '본보야지'도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극장가에 걸리기도 했다.

레토피아살롱은 방탄소년단 진의 콘텐츠인 '달려라 석진' 외주 제작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오는 2027년 데뷔를 목표로 보이그룹을 준비 중이다. 통상 매니지먼트 출신·음악 프로듀서가 수장을 맡는 기획사들과 달리 '콘텐츠 전문가'가 이끄는 곳은 어떤 강점이 있을까.

방 대표는 "우린 콘텐츠 기획·제작에 마케팅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장 비하인드 콘텐츠에서 멤버들이 이야기한 걸 예능에 가져다가 쓰기도 하고, 예능에서 말한 걸 팬 미팅 무대에서 활용하거나 앨범의 곡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한다는 게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팬심에 밀착해 깊은 공감대를 쌓는 회사가 되겠다'는 각오였다.

방탄소년단 초반 기획·제작을 같이했던 김수린 CCO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일본 레이블에서 쌓은 제작 노하우로 힘을 싣고, 박준수 COO의 감각적인 연출력이 든든하게 뒤를 받칠 예정이다. 이미 한 차례 '자컨'으로 K팝 트렌드를 주도했던 방 대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엔터 업계를 리드해 보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레토피아살롱 제공
레토피아살롱은 3월 8일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캐나다 등에서 오디션을 진행한다. 한국에서만 동탄, 익산, 청주, 강릉, 광주, 수원, 천안, 세종, 대전, 부산, 울산, 대구, 제주, 남양주, 인천, 서울 등 지역 곳곳을 찾아간다. "어디서 어떤 보물 같은 친구들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대형 기획사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자식들을 믿고 보낼 수 있는 회사'를 그려왔다는 방 대표였다. 실제로 깔끔하게 인테리어 된 사옥에는 넓고 쾌적한 연습실, 아늑한 보컬룸, 편안한 분위기의 휴게 공간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방 대표는 "부모님들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경영 마인드는 아티스트와 직원을 존중하고 콘텐츠와 팬을 생각하는 지금의 마음이 변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다음 스텝은 '메이크 드림스 리얼(Make Dreams Real)'이다. 레토피아살롱의 사훈으로, 방 대표는 "꿈만 꾸는 게 아니라, 내일은 이 꿈을 현실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열심히 일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모든 직장인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그 시절이 우리의 유토피아가 아닐까 싶었죠. 다시 한번 유토피아를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 그게 바로 레토피아살롱입니다."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