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강, 예술이 흐르는 도시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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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배혜은의 차이나 아이코닉스페인의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로에베(LOEWE)’가 현지 공유 자전거와 콜라보를 진행하고, 영국 인기 인형 브랜드 ‘젤리캣’의 대형 팝업 스토어가 들어서는 곳. 루이비통이 프랑스 파리,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 초콜릿 샵을 열기로 하는 등 세계적인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국제 문화예술 도시. 이곳은 바로 상하이!
중국 예술의 도시 '상하이'
황푸강 따라 상하이 미술관 산책
상하이 대표 야경 명소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
장 누벨이 설계한 '푸동미술관(Museum of Art Pudong)'
지난해 11월 중국이 갑작스럽게 발표한 한국인 대상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주말이나 짧은 여가 시간을 활용해 중국을 찾는 여행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치적 수도인 베이징이 전통문화의 웅장함과 묵직함, 계획적인 도시 구획에 따른 반듯한 도시 구조를 보여준다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황푸강을 중심으로 금융과 상업이 발달한 상하이는 국제적인 경제 도시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황푸강 주변으로는 전시 뿐 아니라 풍경까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미술관들이 상하이를 빛내고 있다. 상하이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인 와이탄(The Bund)에서는 468m 높이의 동방명주탑과 세계금융센터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강 건너편인 루자주이(陆家嘴·Lujiazui)로 건너가면 또 다른 각도에서 와이탄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비밀스러운 장소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미술관’이다.

2017년 착공을 시작으로 2021년 대중에게 개방이 된 푸동미술관(Museum of Art Pudong)은 프랑스의 저명한 건축가이자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를 맡은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총 6층의 높이로 서쪽으로는 황푸강에 닿아있고, 동쪽으로는 정원 광장을 거쳐 동방명주탑 근처까지 뻗어있다. 전체적으로 간결하고도 정제된 사각 구조를 이루며,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와 선을 활용한 건물 자체가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되는 푸동미술관에서는 곳곳에서 즐거움과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다.

푸동미술관은 설치미술가 쉬빙(徐冰·Xu Bing)의 실험적인 전시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디어 아티스트 차오페이(曹斐·Cao Fei)의 인터랙티브 전시 등 중국 본토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미술관과 협력하여 개최하는 대형 전시는 중국 전역의 미술 애호가들을 끌어당겼다. 특히 <카라바조와 바로크의 기적>(2023.12.12~2024.4.12), <프라도 미술관에서 보는 스페인의 역사>(2024.04.23~2024.09.01) 등의 전시는 미술사의 시대별 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구성과 대규모 원화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1~2022년, 우리나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찾아왔던 <빛: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2021.12.21~2022.05.08.)이 2021년 여름에는 푸동미술관의 개관전시였던 만큼 이 미술관은 빛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기에 특화된 공간인 듯하다.
현재는 테이트 미술관에서 온 대형 기획전 <터너와의 대화: 숭고미의 울림(Dialogues with Turner: Evoking the Sublime)>(2024.10.01~2025.5.1)이 전시중이다. 터너의 아시아 최초 대형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그의 원작 약 80점을 선보이며, 창작 주제에 따라 풍경화에서 빛에 대한 탐구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여정을 조망한다. 자연환경의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서 그 느낌과 분위기를 포착해낸 터너의 유화와 수채화를 통해 자연의 장엄한 경관을 마주할 때 느끼는 경외감과 감탄을 느낄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대표하는 미학자 존 러스킨(John Ruskin)은 터너의 예술적 목표를 "자연의 진실을 탐구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숭고미는 위대한 정신적 힘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터너의 작품 속 빛과 안개, 그 사이 어딘가 희미한 형체들을 통해 관람객은 자신만의 '숭고함'을 찾아 나갈 수 있다.
푸동미술관의 관심사는 회화, 조각 작품을 넘어서 다양한 브랜드와 공예품으로 뻗어나간다. 3월 말부터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이자 세계적인 섬유 제조업체인 로로피아나(Loro Piana)는 10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전시의 장소로 푸동미술관을 택했다. 전시 <백 년의 접점(百年一触)>(2025.03.22 ~ 2025.05.05)은 섬유, 원단, 아이코닉한 디자인, 그리고 상징적 요소들 속에 담긴 브랜드의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촉각과 감각을 통한 다층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로로피아나는 오랜 기간 동안 중국의 캐시미어 생산자들과 협력해오며 파트너십을 구축했는데, 전시회에서도 이러한 관계성이 강조될 예정이다.
또한 푸동미술관에서는 프랑스어로 ‘노하우, 숙련된 기술’이라는 뜻의 ‘Savoir-faire’라는 표현을 사용해 전시를 소개하며, 로로피아나의 사회적 감각과 장인 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인 정신’은 중국의 정책적 문건에서도 자주 언급될 만큼,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를 중시하는 중국 사회의 문화적 흐름과 깊이 맞닿아 있다. 이는 로로피아나 전시의 개최 배경과도 맥락을 함께하며, 브랜드가 강조하는 장인 기술과 품질에 대한 철학이 중국의 문화적 가치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