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 인정 처분…사용자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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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업무상 부상 등 사고의 성격상 업무상 재해가 분명한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업무상 질병, 특히 정신질환 등의 경우에는 사용자로서는 해당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산재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정신질환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다투고자 하는 사업주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근로자의 업무상 질병 관련 업무상 재해 승인처분에 관하여 사업주가 이를 다투는 취소 소송을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사업주는 업무상 재해 승인처분의 당사자가 아니고,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업무상 질병에 대하여 지급이 결정된 보험급여액은 산재보험료에 대한 산재보험급여 금액의 비율을 계산할 때의 보험급여 금액에 합산하지 아니하므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산재보험료가 증액되지 아니하여 사업주에게 법률상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는 사업주와 밀접한 법적 관련이 있다. 앞서 살펴본 급여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에서는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 중인 근로자를 해고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즉,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신청하여 휴업급여를 승인받은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급여처분을 다툴 것이 아니라 해고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별도의 소송으로 다투면 된다고 하지만, 업무상 재해로 인해 휴업 중인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사용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사용자가 형사처벌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근로자를 해고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정신질병에 대한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정신질병과 관련하여 의사들의 진단이 주로 문진과 테스트를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일부 근로자들이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요양급여신청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도 있다는 점에서 이를 다투지 못하게 하는 법원의 태도가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
한편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불인정 처분에 대하여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보조참가신청을 하는 것을 허용한 바 있다. 보조참가신청을 하려면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앞서 취소처분에 대한 법률상 이익을 부정한 선례들에 비추어 보면, 보조참가신청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처분청인 근로복지공단과 처분의 당사자인 근로자가 다투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근로복지공단과 근로자 사이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인 사용자가 해당 소송에 참가하여 분쟁을 일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그 상황이 달라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조참가신청의 법률상 이해관계를 인정하면서,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점,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대재해를 노동청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그 논거로 들었는데, 이와 같은 사항은 행정소송에서 법률상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선례들과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현재 상황에서 사업주는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경우에는 근로자의 급여처분을 다툴 수 없는 반면,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불인정한 경우에는 해당 행정소송에 보조참가를 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에 다툴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는 사업주와의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 보호를 위해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의 급여 처분을 다툴 수 없도록 하는 판례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대법원에서 해당 논쟁을 깔끔히 정리해 주길 바란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