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질 수 없죠"…로봇 부품 국산화해 시장 개척한 이 기업[원종환의 中企줌인]

하모니 감속기 개발한 에스비비테크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찾기도
"신규 수주 토대로 2년 내 흑자전환"
'하모닉 감속기'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터의 속도를 줄여 로봇이 정밀한 작업을 하도록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최초로 개발한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HSD)의 회사명이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과점이 심하다. 지난해 HSD의 국내 점유율이 약 54%에 달할 정도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비비테크는 2023년 HSD의 아성을 깨고 하모닉 감속기의 국산화에 성공한 회사다. 국내 점유율은 약 10%에 그치지만 토종 기업 가운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유망 소부장 기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10여개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강서 마곡동의 연구소에서 만난 송진웅 대표는 "하모닉 감속기를 만드는 기술을 토대로 감속기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게 올해의 핵심 과제"라며 "액추에이터(로봇관절 장치) 전장 부품을 개발하는 등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성비 앞세워 다변화 꾀하는 감속기 사업

통상 에스비비테크의 하모닉 감속기는 업계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통한다. HSD보다 70% 저렴면서 버금가는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기어의 이빨 모양을 만드는 치형 설계와 소재·열처리 기술을 내재화한 덕분"이라며 "의료용 하모닉 감속기를 개발해 여러 대기업과 협업을 추진하는 등 여러 분야에 맞춤화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체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유성감속기도 지난해 방산 분야에서 첫 양산에 들어갔다. 큰 힘을 낼 때 쓰이는 이 감속기는 K10 탄약운반장갑차에 탑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에도 감속기를 납품하고 있다. 송 대표는 "감속기 매출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60% 정도"라고 덧붙였다.
송진웅 에스비비테크 대표. 사진=원종환 기자
지난해 12월에는 한 글로벌 모빌리티 회사에 액추에이터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고객사에 요구에 맞춰 액추에이터와 모터, 감속기를 아우르는 정밀한 설계를 할 수 있다는 게 에스비비테크의 강점"이라며 "여러 국내외 대기업들과 추가로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베어링도 실적이 개선된다는 게 송 대표의 전망이다. 에스비비테크가 만드는 로보 베어링과 초박형 베어링은 반도체 진공 로봇의 필수 부품으로 쓰인다. 송 대표는 "고객사인 TSMC를 비롯한 대만 수주가 늘면서 베어링 산업 실적이 나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중국 시장 시장 점유율 3위권에 드는 대만의 한 스카라(수평다관절)로봇 기업과 감속기 샘플 시험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연구 성과를 발판 삼아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업 송현그룹과 시너지 낼 것"

모회사인 송현그룹과의 협업도 확대할 구상이다. 에스비비테크는 앞서 2018년 송현그룹에 인수됐다. 송 대표는 "감속기의 내구성과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열처리 전문 송현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 KPF와 협업하는 게 한 사례"라며 "송현그룹 회사들이 모여있는 충청권에 액추에이터 양산을 위한 공장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지난해 55억원의 매출과 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송 대표는 "매출 성장세에도 영업이익이 다소 부진했던 건 사실"이라면서 "신규 수주를 발판으로 2년 안에 흑자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알려진 하모닉 감속기 관련 신공장 준공 계획에 대해서는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진행을 멈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