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정금리 5억' 이자 年 240만원 더 내…중도상환 땐 700만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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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정금리 대출 유도한 당국
변동형보다 금리 낮아 인기몰이

금융소비자도 당장 눈앞의 금리가 낮다 보니 집중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받았다. 2023년부터 금리가 내리막길을 걷자 상황이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상당수가 고금리에 묶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2년 전 대출받았다면

이때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는 올해 3월 6일 기준 연 4.66% 금리를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형 대출이기 때문에 2028년 3월까지 금리가 동일하게 유지된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현재 연 4.18% 금리를 적용받는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48%포인트 낮아졌다. 5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면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경우는 연 240만원가량 이자를 더 내야 한다.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의 상대적 부담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금리가 더 내려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 가산금리를 낮추라고 주문하자 대출금리는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차주 입장에서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통상 은행권에선 대출 3년 이내에 대출금을 상환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한다. 2년 전 고정금리로 4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은 차주가 5억원 대출을 일시에 갚으면 중도상환수수료로 약 679만원(수수료율 1.42% 적용)을 내야 한다.
◇ 280조원 고금리에 묶여
문제는 금리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2023년과 작년에 고정금리 대출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작년에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2.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은행이 새로 취급한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92.7%에 달했다.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2023년과 작년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은 각각 222조원, 256조원이었다. 단순 추정하면 이 기간 발생한 가계대출 278조원 이상이 연 4~6% 고정금리 대출에 묶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 외에 나머지 은행까지 포함하면 고정금리 대출액은 30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정책 타이밍 부적절 논란
당국이 고정금리 확대 정책을 추진한 것은 2021~2022년 금리 상승으로 이자를 못 갚는 차주가 늘며 변동금리의 위험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책을 추진한 타이밍이다. 2023년 당시에도 금융권 안팎에선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가 인하될 텐데, 현시점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면 높은 수준에 금리가 묶일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일각에선 고정금리 대출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가 주를 이루는 미국에선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안정 저해, 주거 이동성 악화 등 고정금리 대출의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형교/박재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