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5번째 매각 실패…메리츠, 노조 방해에 인수 포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노조 방해로 석 달간 실사도 못해

정부 "상황 엄중하게 인식…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
청·파산 속도 낼 듯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최혁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최혁 기자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석달 만이다.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작업을 대행 중인 MG손보는 이로써 5번째 매각까지 실패했다.

메리츠화재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각 기관의 입장차이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보는 메리츠화재의 결정 직후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2022년 4월 결정한 이후 이미 약 3년이 지났으며 매각절차가 지연되면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서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보는 먼저 인수 희망자를 찾는 시장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5번에 걸친 매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해 실시했던 4차 공개매각에서 메리츠화재와 두 곳의 사모펀드(PEF)가 입찰에 참가했으나 매수 조건을 맞추지 못해 유찰됐다. 이후 예보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고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시장에선 예보가 가교보험사를 세운 뒤 MG손보를 인수하거나 MG손보 전체를 청·파산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교회사는 2012년 저축은행 줄도산 사태 때 예보가 활용했던 방식이다.

가교보험사를 설립해 MG손보가 보유한 계약 중 예금자보호(5000만원)가 되는 계약들을 인수하고, 나머지 계약은 MG손보에 존속시킨다. 존속 MG손보는 청산법인으로 바뀌며, 남은 계약은 청산채권으로 전환돼 계약자들은 보험금 대신 청산배당을 받게 된다. 124만명 계약자 중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닌 경우는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MG손보 직원들은 일부는 가교회사에, 일부는 청산법인에 남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전망이다.

MG손보가 곧바로 청·파산되면 계약자는 예금자보호 범위 내에선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외에는 피해를 보게 된다. 또 실손보험도 기존 조건으로 재가입하기 어려워진다. MG손보 직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
 메리츠화재가 노조의 완강한 반대에 가로막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는 13일 MG손보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한다고 공시했다.  /사진=뉴스1
메리츠화재가 노조의 완강한 반대에 가로막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는 13일 MG손보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한다고 공시했다. /사진=뉴스1
MG손보 노동조합은 이런 상황임에도 메리츠화재로의 인수보다 차라리 청·파산이 낫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메리츠화재는 인수 조건을 협의하기 위해 MG손보에 대한 실사를 추진했으나 노조의 거부로 MG손보 본사 등에 들어가지조차 못했다. 예보는 지난달 법원에 MG손보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4일 △직원 10% 고용 보장 △비고용자 위로금 총 250억원 등을 최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를 MG손보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반납을 결정했다.

정부는 MG손보 정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독자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부실이 쌓인데다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노조가 바라는대로 MG손보를 금융지주에 떠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평판을 중시하는 금융지주들이 MG손보 직원 고용을 대부분 승계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MG손보 노조는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소속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다. 김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동안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반대해 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