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오스코텍 등 이슈 넘치는데"…올해도 또 '무더기 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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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 65.3% 3월 말에 주총 열어
고려아연·오스코텍도 주총 집중일에 개최
"상장사 대부분 12월 결산 법인…감사 일정 때문에 일정 몰려"
기관 투자자 "주주 의결권 제대로 행사하려면 분산 돼야"
이복현 "주총 집중 문제 대책 검토 중"

1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699개 상장사가 일정을 발표한 457개 상장사가 3월 넷째 주 (24~28일)에 주총을 연다고 밝혔다. 65.3%에 달한다. 일자별로 보면 △26일(199개) △28일(96개) △25일(90개) 순으로 주총이 몰렸다. 31일에도 75개사가 주총을 개최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2월 결산법인 중 3월 마지막 주에 주총을 개최한 비율은 2022년 47.0%. 2023년 55.5%, 지난해 68.4%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달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상장법인 1726곳이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 신고' 공시를 했다. 올해 주총 집중 예상일은 21일·27일·28일인데, 3일간 국내 상장사 대부분이 정기 주총을 여는 셈이다.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도 28일 주총 개최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 고려아연 주주총회도 오는 28일 열린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은 이사회 과반 확보를 두고 표 대결을 벌인다. 고려아연은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고려아연 측은 5명에서 8명의 이사를 추천할 방침이다. 영풍 측은 1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하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시의장 선임과 자사주 전량 소각도 요구했다.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도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김정근 대표 연임을 포함한 안건 대부분에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에 반발하면서다. 코웨이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의결한다. 이마트도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와 경제개혁연대의 주주제안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개의 건'을 정기 주총에 상정한다.

상장협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 상장사는 12월 결산 법인이기 때문에 3월 중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사업보고서 공시를 주총 일주일 전까지 마치려면 3월 말에 주총일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의결권이다. 특정 기간에 주총이 쏠려 있어 주주가 주총 의안을 분석할 시간이 부족하다. 또 동시에 여러 주총에 참석하기 어려워 권리 행사도 제한된다. 특히 여러 회사에 투자한 기관의 고충은 더 심각하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전날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위해 특정 기간에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일시에 몰리는 문제(주총집중일)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년 주총을 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주총 시즌에 여러 안건들을 처리하다 보면 안건별로 면밀히 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달 26일에만 약 640개 기업이 주총을 여는데, 의결권 행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제대로 행사하려면 주총 일정 분산돼야"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도 "주총 기간에 600~700개 기업의 의안을 분석하려면 직원 모두 밤을 새워야 한다. 충실하게 보기 어렵다"며 "강제라도 주총 기일을 분산하는 제도가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전자 투표제 도입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과 3월에 주총을 연 2480개사 중에 전자투표를 채택한 회사는 1517개사(61.1%)다. 코스피 상장사는 72.3%가 전자투표를 도입했지만, 코스닥 상장사의 도입률은 55.9%로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내용이 포함돼있어 이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도 기관의 의결권 행사를 장려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주총 집중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주총 집중 문제는 사업보고서 확정의 문제, 회계 연도 문제가 연결돼 있다"며 "이 문제를 다 뜯어서 검토해보고 있다. 검토한 내용을 4~5월 공개할 예정이다. 실무진도 업계와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