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방해물'에는 지난 13일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쿠팡에서 파는 회를 먹어본 중매인의 결심'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해당 채널은 노량진수산시장 177번 중매인 '방씨'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이다. 그는 노량진수산시장의 도매 중매인으로서 현장의 이야기와 수산물 시장 변화에 대한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해왔다. 특히 이번 영상에서는 수산시장 중매인으로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장면이 담겼다. 수산 업계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현장감있게 보여줬다.
유튜브 채널 '방해물' 캡쳐화면그는 영상에서 쿠팡을 통해 광어와 우럭 200g 세트를 주문했다. 배송비를 포함한 가격은 1만7900원이었다. 부산에 있는 수산물 가공업체 '은하수산'에서 배송되는 물건이었다. 그는 물건을 들고 시장 내 동료 상인을 찾아갔다. 이를 본 상인은 "기계로 썬거네"라며 단번에 물건을 알아봤다. 그리고는 "은하수산이라고 기계로 다 하는 곳이 있다. 자동화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은하수산은 2023년 기준 매출 1334억원의 중견회사다. 국내 최초로 활어 필렛 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곳이다. 광어 기준 1분에 55마리를 자동화해 10분이면 가공, 포장, 검수까지 끝난다. 회를 집에서 택배로 주문해먹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은하수산은 대형마트 뿐 아니라 이커머스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쿠팡으로 배송 받은 회를 놓고 이 동료 상인은 "당일 배송으로 행사를 진행해봤는데, 주문량이 몰리면 배송시간까지 시간이 도저히 안맞춰진다"며 "대량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이 일반 소비자를 한 시장에서 쉽게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를 설명한 셈이었다.
방씨는 은하수산 이야기를 듣고난 뒤 "B2C(기업대고객) 향후 한 2~3년 뒤에나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경기가 안좋다보니 시기를 좀 더 당겨야겠다"며 "소비자들이 원한다고 하면 방향성에 맞춰서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매 중매인으로서도 급격한 시장 변화를 느끼고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상인들은 모여서 쿠팡에서 사온 회를 나눠먹었다. 처음 먹어본 매점 주인은 "살짝 비리다"는 평가를 했다. 다른 상인은 회가 숙성된 것을 이유로 "딱 초밥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우럭이 맛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회가 배송과정에서 숙성되면서 활어같은 탱탱한 식감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 설명이다.
방씨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B2C를 했을 때 메리트가 있느냐 하면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량진에서는 수도권에서만 팔아봤지 전국으로 유통을 해본 적이 없는데, 유통만 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가격에 더 좋은 원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