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부전 환자, 삶의 질 높이는 데 복막투석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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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0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몸 속 여과기' 신장
제 기능 못하면
투석 치료 받아야
병원 계속 가야하는
혈액투석 환자
일상생활 어려워
집에서 받는 복막투석
직장 생활도 가능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24만9283명이던 국내 만성 신부전 환자는 2023년 32만6736명으로 31%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혈액투석 환자는 7만1568명에서 8만6456명으로 21% 증가했지만, 복막투석 환자는 6222명에서 5834명으로 줄었다.신장은 인체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해 준다. 체내 수분량, 전해질, 산성도 등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칼슘과 인 대사에 중요한 호르몬을 생성하는 일도 신장의 몫이다. 이런 신장 기능이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지면 만성 신부전으로 분류한다.
만성 신부전 환자 중 신장이 많이 망가져 기능이 떨어졌다면 투석을 받아야 한다. 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혈액투석은 환자 몸속 동맥과 정맥을 연결한 동정맥루에 바늘을 꽂아 혈액을 빼낸 뒤 투석기를 통해 노폐물 등을 제거해 다시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투석을 위해선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복막투석은 아랫배 쪽에 관을 넣은 뒤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밤에 잠자는 시간을 활용해 집에서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양재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한국은 말기 신장병 환자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라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말기 신장병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복막투석 재택 치료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대한신장학회 등은 투석 환자가 복막투석을 받으면 병원 방문을 줄여 일상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혈액투석 환자는 치료 일정 때문에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복막투석은 이런 부담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미국 등 해외에선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복막투석을 위한 환자 교육이 쉽지 않고 ‘진료비(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 김좌경 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복막투석 환자 재택 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사망률은 물론 응급실 방문, 입원 건수 등을 모두 줄일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국내 복막투석 재택 치료는 2033년 1.8%까지 줄어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투석까지 가기 전에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만성 신부전 환자의 70% 정도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다. 사구체신염, 다낭성 신장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도 만성 신부전 위험 요인이다. 평소 짜지 않게 식사하고 단백질, 칼륨, 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신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칼륨은 생채소와 과일에 많이 포함돼 있다. 껍질을 벗기거나 데쳐서 먹는 게 좋다. 음상훈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혈압과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