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지정학적 불확실성에…작년 제조업 해외 직접투자 21.6% 감소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 직접투자액이 전년 대비 12억달러(약 1조7400억원) 감소했다. 세계적으로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된 데다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 요인으로 투자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2024년 연간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접투자액은 639억5000만달러로 전년(651억5000만달러) 대비 1.8% 감소했다. 해외 직접투자란 현지에 법인을 설치, 확장, 운영하거나 해외기업에 출자하는 식의 투자로 간접투자(주식, 채권 등)와는 구분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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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접투자액은 2019년(657억4000만달러)까지 꾸준히 늘다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82억달러로 급감했다. 이후 2021년(769억2000만달러), 2022년(817억달러)에 걸쳐 다시 오름세를 회복하나 싶더니 2023년(651억5000달러)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직접투자액 역시 코로나19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을 제외한 주요 업종(금융보험, 부동산, 광업, 정보통신업)의 투자가 모두 증가했지만 반도체나 2차전지, 자동차 등 제조업 투자가 161억달러로 전년 대비 21.6% 감소하면서 다른 업종 증가분을 상쇄했다.

해당 통계엔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한 ‘탈 중국’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 투자액은 18억달러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톱5 국가’에서 중국이 빠진 것은 2023년이 처음인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제외됐다. 2022년 중국 투자액이 66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투자액이 많은 국가는 미국(220억8000만달러), 케이만군도(66억3000만달러), 룩셈부르크(59억5000만달러), 캐나다(37억9000만달러), 베트남(26억9000만달러) 순이다. 특히 베트남 투자액의 경우 전년(12억8000만달러)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2~2023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지원 정책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의 대미 투자액이 증가했다”며 “이후 생산기지 건설 등의 투자가 마무리되고,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올해 제조업 투자가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고금리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도 전년 대비 투자 감소 폭은 줄었다”며 “주요 투자 대상 국가와 다각도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