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취업이 우선"…요양보호사 몰리는 전직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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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십수 년간 장사만 하다가 다른 일을 찾으려니 난감합니다. 가장 빨리 딸 수 있는 자격증부터 취득해서 밥벌이라도 하는 게 우선이죠.”
전체의 25%가 '요양 지원' 훈련
남녀 불문하고 진입장벽 낮아
눈앞 생계 문제에 '묻지마 취업'
IT·AI 등 고급훈련은 등록 거절
"구직 경험 적어 취업 사각지대
전문성 살린 맞춤형 지원 필요"

김씨 같은 폐업 소상공인이 적절한 재취업 교육과 재기 관련 지원을 받지 못해 요양보호사, 간병인, 간호조무사 등 단순노무 취업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소상공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연계 이·전직 고용서비스 모델 연구’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한 폐업 소상공인 1만4054명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을 묻자 ‘요양보호사, 간병인’이 8.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음료 조리사(4.4%), 재가 요양보호사(3.9%), 간호조무사(3.4%)가 뒤를 이어 ‘돌봄’ 관련 직업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중 직업 훈련을 받은 폐업 소상공인 7357명이 어떤 훈련 과정에 참여했는지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요양 지원(요양보호사, 간병인, 재가요양보호사)이 24.7%로 가장 많아 2위 사무행정(9.0%)의 세 배 수준에 달했다. 여성만 놓고 보면 29.9%가 요양 지원에 쏠렸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한 상담사는 “폐업 소상공인은 생계 문제로 ‘묻지마 취업’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엔 남녀 불문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요양보호사로 몰리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폐업 소상공인도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 고급 숙련 교육을 받고 싶지만 쉽지 않다. 직업훈련기관들이 취업률 실적을 따지다 보니 소상공인보다 직장 경험이 있는 훈련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30대 폐업 소상공인 박 모씨는 “얼마 전 정부 위탁 직업훈련기관을 찾아 한 시간 동안 상담했는데 자기들도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합격률이 중요하다며 등록을 거절했다”며 “이게 맞는 정책 방향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포함해 정부 지원을 받은 폐업 소상공인 2만2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재취업·재창업에 성공한 인원은 40.6%에 그쳤다. 연 수십만 명씩 쏟아져 나오는 폐업 소상공인 중 정부 지원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이마저도 취업 성공률은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이다. 한 직업상담사는 “어설프게 교육받고 ‘회전문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해 정신 병리적 증상을 호소하는 분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폐업 소상공인이 증가해 교육이나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는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폐업 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해 폐업률(해당 기간 전체 업체 대비 폐업 업체)도 9.0%로 2022년(8.2%) 대비 0.8%포인트 올라 2016년 이후 7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정부 관계자는 “폐업 소상공인은 구직 경험이 적어 기본적인 취업정보조차 모르는 사각지대에 있다”며 “이들의 전문성을 살린 취업 연계와 맞춤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