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수준"…한국 'hagwon' 실상에 외신도 놀랐다 [이미경의 교육지책]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한국 교육부가
발표한 '영유아 통계' 인용해 보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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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이 한국의 과열된 사교육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영유아 대상 사교육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을 조명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영유아 통계를 인용해 "한국의 극심한 학업 경쟁이 6세 미만 아동의 절반을 입시학원으로 내몰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 6세 미만 아동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 유치부의 경우 월평균 교습료가 154만5000원에 달했다.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은 47.6%로 절반에 가까웠다. 연령별로는 2세 이하 24.6%, 3세 50.3%, 5세 81.2%로 아이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교육 참여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대비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은 최대 7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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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학원을 별도의 영어 단어로 번역하지 않고 'hagwon'으로 표기하며 "영어 수학 과학 글쓰기 등 다양한 과목의 수업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원이 한국 사회에서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명문대학 진학과 대기업 취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학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 특유의 치열한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FT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한국의 극심한 학업 경쟁과 그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이 젊은 세대의 출산 기피 현상을 촉진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교육 현실이 모순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자녀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FT는 "자신의 자녀가 뒤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가 이런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이 한국 사교육 시장을 조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CNN도 한국의 극심한 교육열과 그 부작용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CNN은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부모들이 명문 사립 유치원을 알아보기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의 폐해도 지적했다. CNN은 한국의 학계, 교육당국, 교사, 학부모들이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교육 불평등 심화'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 '출산율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사교육 대책과 함께 시도교육청별 특성화된 정책을 통해 사교육비 부담 완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최근 발표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에 지역 실정과 사교육비 증감 데이터를 고려한 구체적인 경감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