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사재출연 약속…'14조 부호' 김병주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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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1963년 경남 진해 출생으로 10대 시절 미국에 건너갔다. 미 동부 명문 사립대인 하버포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사위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사회 진출 후 미국 골드만삭스와 투자은행 살로먼스미스바니 등을 거친 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칼라일로 자리를 옮기면서 PEF 세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그는 한미은행을 4500억원에 인수한 뒤 씨티그룹에 되팔아 7000억원대 차익을 남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MBK를 세운 건 2005년이다. 사명은 자신의 이름(마이클 병주 킴)에서 따왔다. MBK는 투기 자본을 토대로 알짜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뒤 다시 매각해 이윤을 남기며 급성장했다. 김 회장은 20년 만에 MBK를 운용 자금만 약 310억달러(45조원)에 달하는 동아시아 최대 PEF로 키웠다.
물론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네파, 딜라이브, 영화엔지니어링 등 MBK파트너스 손을 거친 뒤 경영이 악화한 기업이 여럿이다.
그중 홈플러스도 있다. MBK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경영권을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우리나라 M&A 사례 중 최대 규모다. 당시 무리한 인수라는 평가도 있었다. MBK는 인수 대금의 40%를 웃도는 3조여 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해 조달했다. 대출금은 매출이 높은 점포 위주로 처분해 갚았다. 알짜 점포가 줄어들며 경쟁력이 떨어지자 수익성도 점점 악화했다. 결국 기습 법정관리로 귀결됐다.
홈플러스 직원 2만여 명과 협력업체,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자 정부와 정치권은 일제히 김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MBK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홈플러스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 김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했다.
그간 김 회장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재 출연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김 회장의 자산 가치는 97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른다.
이에 김 회장은 논란 속에 사재를 출연키로 했다. MBK파트너스는 전날인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출연 액수와 방법 등에 대해서 MBK 측은 “홈플러스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지급돼야 할 금액 등이 파악되는 대로 출연 규모와 지원 방안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