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 경찰은 중국인?"…헌재 선고 앞두고 가짜뉴스 활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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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탄핵 선고 앞두고 경찰 관련 가짜뉴스 퍼져
경찰 두발 관련 가짜 규정 AI로 만들어 퍼트리기도
최근 SNS 엑스(X·구 트위터) 등에서는 장발 경찰관과 노란 탈색을 한 경찰관의 사진과 함께 이들이 한국 경찰이 아니라는 주장이 담긴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장발 ·탈색 경찰은 '중국인'…SNS 타고허위 정보 확산
게시자는 경찰의 두발 규정을 묻는 인공지능(AI) 답변을 이용해 "앞머리 길이는 7cm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옆머리는 귀에 닿지 않아야 한다", "뒷머리는 옷깃에 닿지 않아야 한다", "검정색 이외의 염색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공유하며, 장발과 염색이 불가능하므로 해당 경찰관들은 중국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이용자들은 "장발 경찰은 경찰이 아니다", "경찰이 아니라 중국인 불법체류자일 가능성이 높다",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경찰을 사칭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연이어 올리며 가짜뉴스를 확산시켰다.
그러나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5조에서는 '용모와 복장을 단정히 하여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을 뿐, 두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도 장발이나 염색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경찰관의 콧수염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2007년 "경찰관이 콧수염을 기른 것은 징계 사유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용모와 복장을 단정히 하는 것이 경찰공무원의 의무인 것은 분명하지만, 콧수염을 길렀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준다거나 공무원의 품위에 걸맞지 않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찰 용모 규정을 왜곡한 가짜뉴스가 확산되면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 공안이 한국 경찰을 사칭하고 있다"는 주장이 퍼지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한편, 장발 경찰관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위험한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헌재 근처 '차벽' 불법 가짜뉴스 퍼져…"법적 허용 가능"
2011년 헌재는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광장에 설치된 경찰 차벽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상황에서 경찰이 시민들의 통행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지, 차벽 설치 자체가 위헌이라는 판단은 아니었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차벽 설치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명시하며, 필요한 경우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차벽 설치 자체가 불법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찰 버스가 불법 주차 상태라며 국민 세금으로 과태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직 디파일러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차벽 불법 주차 과태료는 경찰관이 사비로 낸다. 공직자들도 속도위반이나 주차위반을 하면 나랏돈으로 못 낸다"며 "과태료를 맞은 팀에서 팀장이랑 팀원이 모아서 내거나, 과태료를 맞은 당사자가 사비로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니 경찰 버스가 불법 주차 상태라면 신고하면 된다. 경찰도 예외 없이 과태료를 부과받으며, 이를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며 "우리 세금으로 과태료를 낸다는 가짜뉴스를 믿지 말고, 불법 주차 신고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가짜 뉴스 경찰 공권력 약화시켜…효과적 법 집행 수행 방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두발 규정에 대한 가짜뉴스 확산이 공권력과 경찰 조직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경찰 복무 규정에 머리 길이에 대한 명확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장발 경찰관을 문제 삼는 주장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이러한 허위 정보가 경찰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곽 교수는 "경찰은 국가의 이름으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된 조직이며, 물리적 힘을 통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경찰의 공권력을 희화화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가짜뉴스가 퍼지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경찰이 효과적으로 법 집행을 수행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짜뉴스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 "가짜뉴스가 유포되면 이를 접한 일반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경찰 공권력의 실추로 이어지고, 법 집행의 정당성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며 "경찰과 관련된 사소한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비난받고 왜곡된 정보가 퍼질 경우, 결국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고 이러한 분위기가 고착되면 경찰의 법 집행력과 사회 통제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작은 문제를 방치하면 점차 더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회심리학적 개념 '깨진 창 이론' 처럼 경찰을 둘러싼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지속적으로 확산될 경우 경찰 조직의 신뢰가 무너지고 공권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