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지자…'제4 인뱅' 도전 줄줄이 백지화

더존비즈온·U뱅크, 인터넷은행 설립 계획 철회

더존비즈온 "단기 변동성 우려"
U뱅크는 예비인가 신청 연기

"불안한 경제상황 고려한 결정"
한국소호은행은 예정대로 추진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해온 유력 컨소시엄이 잇달아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더존뱅크 컨소시엄을 이끌어온 더존비즈온은 인터넷은행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온라인투자연계(P2P) 플랫폼인 렌딧과 현대해상 등이 참여한 U뱅크 컨소시엄도 제4 인터넷은행 도전 시기를 전격 연기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요구한 제4 인터넷은행 인가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불확실성에 줄줄이 백지화

더존비즈온은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1위 전사적 자원관리(ERP) 업체다. ERP 서비스로 확보한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날 포기를 선언했다. 더존비즈온은 “단기적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신규 사업 추진보다 기존 비즈니스 솔루션의 강점을 극대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U뱅크도 오는 25~26일로 지정된 제4 인터넷은행 설립 예비인가 신청일에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U뱅크 컨소시엄을 이끄는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불안정한 경제와 정국 상황을 고려해 추후 예비인가 신청을 재추진하기로 했다”며 “신청 시점은 추후 금융당국과 충분히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제4 인터넷은행 인가 조건으로 내세운 사회적 책임 등의 조건이 이행하기 어려운 점도 주요 컨소시엄들이 인터넷은행 설립 계획을 백지화한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작년 11월 비수도권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충분한 자금 공급 계획과 능력을 제4 인터넷은행 인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실패하자 인터넷은행의 성장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는데, 대출 포트폴리오가 지방에 집중되면 성장이 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했다.

◇25~26일 예비인가 신청

더존뱅크를 제외하고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네 곳이다. 이 중 자금력과 신용평가모형 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한국소호은행이 꼽힌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을 이끄는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전국 소상공인 170만 명이 사용하는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소상공인의 경영 상황을 24시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캐시노트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엔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우리카드, 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를 확정했다.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중 1금융권(은행) 참여가 확정된 곳은 한국소호은행이 유일하다. 금융사를 네 곳이나 확보한 만큼 자금력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KCD의 데이터가 소상공인에 집중돼 일반 소비자 대상 신용평가모형 구축 능력에선 의구심을 사고 있다. 소상공인에게 특화하면 경기 침체에 취약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KCD 관계자는 “예비 인가를 받고자 하는 컨소시엄이라면 당국이 발표한 일정과 기준에 따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모든 준비가 마무리 단계로, 국내 최초로 ‘소상공인을 위한 첫 번째 은행’을 출범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컨소시엄들은 예비인가 신청일까지 제휴사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