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들 오만하다"…서울대의대 교수들 '쓴소리'

"대안 없는 반대만 1년째
환자에 대한 책임의식 안보여"
< “의료공백 없애달라” >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1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공백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의료공백 없애달라” >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1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공백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이후 수련과 의대 교육을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두고 의사사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환자 고통’을 볼모로 대안 없는 반대만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은진 오주환 한세원 강희경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는 17일 성명을 통해 “(의대생·전공의들이)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며 “이제는 책무를 다하며 개혁을 이끌지, 훼방꾼으로 낙인찍혀 도태될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 등은 그동안 서울대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태의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활동해왔다. 이들이 의대생과 전공의를 향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침묵하면 결국 ‘환자 고통을 외면하는 의사가 될 것’이란 문제의식에서다.

국내 주요 대학이 정한 의대생 복귀 시한이 오는 21일부터 차례로 돌아오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건국대 등 일부 대학에선 복귀 학생을 공개 비난하는 ‘조리돌림’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 교수 등은 사태 초기 잘못된 의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낸 제자와 후배들이 ‘대단해 보였다’고 회상하면서도 “사태가 지속되면서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사직 전공의인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의 SNS 글 등을 보면 환자에 대한 책임과 동료 존중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 교수 등은 “의사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나와 내 가족이 아플 때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하 교수 등은 이번 사태 피해자는 사직·휴학을 선택한 전공의·의대생이 아니라 환자와 그 가족이라고 했다. ‘탕핑’(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을 외치며 눈치만 보고 있는 의대생·전공의에 대해선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수련 과정을 ‘착취’라고 표현한 데 대해 “(의사는) 가장 확실한 경제적 보장을 받는 직군 중 하나”라며 “그런 전공의 수련 과정을 착취라고 지적하는 게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