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학비에 졸업 후 곧장 대기업行…'꿈의 학과' 어디? [이미경의 교육지책]

대학들, 대기업과 협약해 '계약학과' 운영
13개 대학 18개 학과, 780명 선발
성균관대 '배터리공학과' 신설
수시 선발 비중 높아...'학종' 중심
"취업 안정적이지만 신중하게 선택해야"
국내 주요 대학들이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보장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올해도 운영한다. 이 학과는 대학과 대기업이 협약을 맺어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일정 기간 기업에서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주로 참단산업 분야에 한정되어 있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주로 대학과 운영한다. 2026학년도에는 어떤 대학과 기업이 무슨 학과에서 신입생을 뽑는지 미리 파악해두자.

○780명 중 수시 선발 600명…'학종' 비중 높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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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진학사에 따르면 2026학년도 첨단분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선발은 전국 13개 대학, 18개 학과에서 실시한다. 총 선발인원은 780명이다. 특히 성균관대는 계약학과를 새롭게 추가하면서 전년도보다 한 학과가 늘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삼성SDI와 협약을 맺고 ‘배터리공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2026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3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선발 방식은 추후 모집요강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이외에도 고려대는 SK하이닉스(반도체공학과) 삼성전자(차세대통신학과) 현대자동차(스마트모빌리티학부)와 협약해 110명을 선발한다. 서강대는 SK하이닉스와 협약해 시스템반도체공학과에서 30명을 선발한다. 배터리공학과를 신설한 성균관대는 이외에도 반도체시스템공학과(삼성전자)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삼성전자)에서 각 70명, 50명씩 선발한다.

연세대는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LG디스플레이)에서 각각 100명, 30명씩 선발한다. 과학기술원도 각 기업과 협력해 계약학과 학생을 뽑는다. KAIST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학생을 총 100명, DGIST·POSTECH·UNIST GIST 역시 삼성전자와 협약해 반도체공학과에서 각각 30·40·40·30명씩 선발한다.

전국 13개 대학 선발인원 총 780명 가운데 약 600명은 수시에서 선발한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가천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 등 일부 학교에서만 진행한다. 숭실대는 정보보안 관련 대회 입상자를 위한 특기자전형을 운영한다. KAIST 등 이공계 중심 대학들은 무려 90%를 수시에서 선발할 정도로 수시 선발 비율이 높다.

○"안정적이지만 입학 고민 신중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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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만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상위권 수험생들의 관심도가 높다. 정시에서는 서울대나 의약계열과 중복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미등록자가 발생해 충원률이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 최근 3년간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연세대 내에서 가장 높은 정시 충원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충원률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쉽게 합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계약학과들은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지나치게 무리한 상향 지원은 피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올해 의대 정원 확대 등 변수도 있어 입결 변화가 예상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삼성전자(연세대·고려대), SK하이닉스(고려대·서강대), 현대차(고려대), LG디스플레이(연세대) 등 6개 대기업 계약학과의 정시모집에서 총 82명 모집에 108명이 추가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포기율은 131.7%다. 모집 정원 대비 등록 포기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였다. 모집 정원(10명)의 2.1배인 21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반도체공학과는 25명 모집에 42명이, 현대차 계약학과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20명 모집에 26명이 추가 합격했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10명 모집에 11명이 추가 합격했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모집 인원 10명 중 5명이,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는 7명 중 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혜택 뒤에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학금, 인턴십 프로그램, 해외 연구소 견학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해당 기업에서 의무 근무 기간이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입학과 동시에 진로가 결정되는 만큼 자신의 적성이 해당 학과와 맞는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