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동조한 식당 가지 맙시다"…난데없는 별점 테러에 '한숨'

'탄핵 찬성·반대 식당' 표시한 지도 확산
추측성 게시글인데 별점 테러로 이어져
피해 점주들 "사실 아닌데 황당하다"
전문가들 "허위사실 유포, 처벌 수위 높다" 경고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식당 주인의 정치 성향을 추정해 지도에 표시한 '탄핵 찬성·반대 식당 지도'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하고 있다. 해당 글에는 식당 위치와 함께 주인의 정치적 성향을 추정한 근거 등이 포함됐다.

허위 사실이 포함된 게시글이 퍼지면서 애꿎은 피해자도 생겨나는 실정이다.

18일 오전 한경닷컴이 만난 '탄핵 찬반 식당 지도' 속 매장 점주들은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해당 매장들의 카카오 맵 리뷰에는 1점대 별점과 함께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비방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정치적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념에 따른 '좌표 찍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허위 사실 유포의 경우 사실을 적시하는 것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고 경고했다.

◆ "시위하는 사람 조롱"…허위 사실 근거로 '별점 테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탄핵 찬성·반대 식당 지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탄핵 찬성·반대 식당 지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약 2000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글쓴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 식당 점주가 탄핵 관련 시위에 참석했다", "B, C 식당 점주가 시위 참석자들에게 욕설했다"는 등의 주장이 담긴 게시글을 식당 위치를 담은 지도와 함께 올렸다.

해당 매장들의 카카오 맵 리뷰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욕설하나요?", "시위 참석하셨다면서요?", "시위하는 사람 조롱하는 게 사람인가요?", "계엄 찬성하는 맛", "중국인한테나 파세요" 등의 비방글이 게재됐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게시글과 지도는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매장은 평소 4~5점대의 높은 별점을 유지했으나, 해당 게시글이 공개된 이후 1점대 리뷰가 급증했다.

◆ 피해 매장들 "제발 그러지 마라…매출 타격"

허위 사실이 담긴 게시글이 온라인 상에서 확산하면서 해당 매장이 '별점 테러' 피해를 당하는 모습. /사진=카카오 맵 캡처
"도대체 어디서 저런 말이 나온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저희 가게는 별점도 좋았거든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좀 알려주세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이날 오전 한경닷컴과 만나 자신이 대통령 탄핵 관련 시위에 참석했다고 알려진 사실에 대해 황당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완전히 허위 사실이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어떠한 행동도 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게는 매우 조용한 가게였다. 이런 게시글이 올라오기 전에는 카카오 맵 리뷰 점수도 높았다"며 "앞으로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까 봐 심히 염려스럽다"고 호소했다.

'시위 참여자에게 욕설했다'고 낙인찍힌 한 양식당의 점장 B씨도 "욕설 한 적 없다. 아예 허위 사실인데, 이런 게시글이 올라와서 어이가 없다"며 "사장님이 무척 분노하시고 속상해하셨다"고 말했다.

B씨는 카카오 맵에서 별점 테러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장님이 '손님들한테 최대한 친절하게 해서 좋은 리뷰가 많이 달릴 수 있도록 하자'고 하셨다"며 "좋은 리뷰로 정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시위가 끝나면 시민들이 과열된 부분도 줄어들지 않을지 희망을 품고 있지만 반대로 갈등이 더 심해질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시위 참여자들에게 욕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 일식당 점장 C씨도 "내가 사실상 여기에 온종일 상주하면서 일하고 있는데, 나도 직원들도 아무도 욕한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 전문가 "소비자들, 사실 여부 검증하려는 노력 필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피해 매장 인근 거리.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이민형 기자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식당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할 경우 매장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정보를 신중히 검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며, 매장 점주들도 불필요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점점 소비자들의 시장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구매 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최근의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식당 점주의 정치적 성향을 정리한 지도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만, 사실과 다른 리뷰나 게시글이 무분별하게 퍼질 경우 매장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소비자들도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검증하고, 잘못된 내용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정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허위 사실 유포, 사실 적시보다 처벌 수위 높아

전문가들은 허위 사실 유포의 경우 사실을 적시한 것보다 더 강하게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허위가 아니더라도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담길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판단 이후 명예훼손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한데 이번 사안의 경우는 허위 사실 유포라 더 처벌 수위가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사실을 적시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허위 사실을 적시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 사실 적시 명예훼손보다 처벌 수위가 더 높다.

김 변호사는 "허위 사실 유포로 경제적 손실을 입게 하는 것은 형법상 업무 방해죄 등이 성립해 처벌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작성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글을 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