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안하면 금융기관 '45조' 손실" 한은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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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보고서 발표

한국은행은 18일 발표한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 기후변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보고서에서 이같은 경고를 내놨다. 한은은 이 연구에서 정부의 기후 대응 정책 도입 강도와 도입 시기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우(1.5℃ 대응), 2050년 탄소 배출을 현재보다 50% 감축하는 경우(2℃ 대응), 2030년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지연 대응), 기후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경우(무대응) 등이다.
1.5℃ 대응과 2℃ 대응 때는 금융권(은행 7개사, 보험 7개사)의 앞으로 2100년까지 예상 손실 규모가 27조원 안팎에 그쳤으나, 지연 대응 때는 급격한 탄소 감축에 따른 전환 리스크 확대 등으로 예상 손실 규모가 약 40조원까지 늘어났다. 무대응에 따른 예상 손실 규모는 45조7000억원에 달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은 신용 손실이 전체 예상 손실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한은은 은행이 1.5℃ 대응에 나서면 고탄소 산업 관련 신용 손실 확대로 BIS 비율이 2050년께 8.0%까지 하락했다가 2100년께 현 규제 비율인 11.5%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대응 시 2050년 별 변화가 없다가 2100년 10.0%까지 떨어지고, 2℃ 대응 시 2050년 13.1%, 2100년 12.3% 등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봤다. 지연 대응 시에는 2050년 6.5%까지 하락했다가 2100년 10.6%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평가했다.
보험사의 경우 신용 위험 노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기후 리스크로 인한 자본 적정성 저하는 은행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은행은 기후 대응 정책 시행 시 철강, 금속 가공 제품, 시멘트 등의 업종 손실이 컸고, 무대응 시 식료품, 음식점, 건설, 부동산 등의 업종 손실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는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자부품 제조업 부문의 손실이 대부분의 경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향후 기후 리스크는 은행과 보험사의 건전성과 금융안정을 훼손시키는 핵심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험 관리 지침 개선, 예상외 손실 대비 강화, 녹색·적응 투자 활성화 등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은이 금융감독원, 기상청과 기후 시나리오를 공동 개발하고, 한은과 금감원, 국내 14개 금융기관이 양방향으로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이날 오후 기후금융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영사에서 "적절한 기후 대응 정책이 시행될 경우 초기에는 고탄소 산업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금융기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기후 리스크를 완화함으로써 금융기관 손실을 일정 수준 내에서 관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동 프로젝트 경험은 기후 리스크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