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손잡자" 中 '러브콜' 쏟아진 이유가…'뜻밖의 상황' [클릭 차이나]

'트럼프 관세 독재' 속…한국에 연신 '러브콜' 보내는 중국
한국상회 가입 움직임에 내몽골 MOU 희망, AI센터 협력까지
중국 산동성 칭다오의 컨테이너 항구. 사진=연합AP
중국 산동성 칭다오의 컨테이너 항구. 사진=연합AP
중국이 산업·관광·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다자주의 강화’를 강조하고 중국 정부의 정치·경제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의 고립주의로 부각되고 있는 국제 리더십 공백을 중국이 재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기존 ‘위험한 경쟁자’에서 ‘안정적 파트너’로 입지를 재구축하려는 중국의 전략이라는 해석(일본 니혼게이자이)도 나온다.

인맥 발굴에 지역 협력까지 희망

18일 중국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 사무소가 사무국을 운영하는 중국한국상회에 5곳의 중국 기업이 회원 가입 의사를 밝혔다.

중국한국상회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위해 활동하는 경제 단체다.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대한항공 등 국내 대표 기업을 포함해 총 3500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회원 가입 의사를 밝힌 중국 기업은 대부분 유통, 소매 기업으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들 중국 기업은 정식 회원사와 달리 투표권이 없는 옵저버(참관) 회원사를 원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옵저버 회원사 가입 요청을 해온 건 1993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중국한국상회에서 투표권이나 별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보다 한국 기업들과 네트워크 확대와 추후 한국 진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회원 가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업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 싱안멍은 한국관광공사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 문화와 관광 분야 등에서 우호적으로 교류하고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다.

싱안멍의 고위 관계자는 “관련 기업과 정부 부처간 협력을 통해 관광과 문화 등의 여러 분야에서 상생 발전을 이루고 깊이 있는 교류를 맺기를 원하고 있다”며 “조만간 한국 정부부처 측에 정식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업계 상황도 다르지 않다. 중국의 한 비영리 재단은 이달 말께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AI 전문가들을 집중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현재 AI 응용 국제화 연구센터 출범을 준비 중인데 한국 전문가들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서다.이 연구센터는 AI 모델을 의료, 미용, 교육, 물류 창고, 행정 사무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시켜 실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AI 활용의 표준을 확립하기 위한 작업에도 주력할 방침인데 한국의 참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 재단 관계자는 “각국의 AI 발전 수준과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미용과 문화 등 특정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韓, 관계 재조정 요구도”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을 미국을 제외한 다자주의 무역의 중심에 서려는 중국의 야욕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중국은 불확실해진 국제 정세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특히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 속에서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일본과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위한 빗장을 열었다. 인도와는 50년 가까이 이어진 국경 분쟁 해결에 합의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렇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동맹을 통해 미국 중심의 정치·경제 질서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는 분석이 많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 민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미국과 한국은 지난 2년 반 동안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 경잼 심화와 자국 대통령 탄핵 이슈 등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관계 재조정이 필요해졌다”며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는 과거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중국의 급속한 기술 개발과 산업 발전 등으로 경쟁적인 관계로 전환됐지만 한·중 협력 공간이 충분히 넓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의 전략자문 기업인 지오폴리티컬비즈니스 역시 “중국이 미국 동맹국들의 반중 정서를 완화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이 각국을 중국 쪽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관세 압박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동맹국을 홀대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동맹 체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은 ”앞으로 각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실리 외교를 지향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도 산업을 보호하면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관계에서도 파트너로서 우호적인 접근과 국제 정세에 따른 선택적 협력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신중한 균형 외교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