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무명'이고 싶었던 포크 음악의 전설 밥 딜런

영화 - 컴플리트 언노운

데뷔 직후 스타덤 올랐지만
폐쇄적으로 변하는 모습 그려
‘컴플리트 언노운’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무명에서 스타로 성장하는 밥 딜런을 그린 영화이자 그가 영감을 얻었던 수많은 천재 뮤지션과 영웅들을 조명하는 할리우드식 헌정사다.

영화는 딜런이 데뷔해 주목받기 시작한 1961년부터 정통 포크에 전자 기타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된 1965년까지, 4년의 커리어를 조명한다. 무명 뮤지션 딜런(티모테 샬라메 분)은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다. 딜런이 찾아간 곳은 공연장이 아니라 그의 음악적 영웅이던 우디 거스리(스쿠트 맥네리 분)가 머물던 병동이다. 그곳에서 그는 거스리를 위해 쓴 곡을 부르고, 노래를 들은 거스리와 또 다른 뮤지션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턴 분)는 천재의 탄생을 예감한다. 시거는 딜런이 본격적으로 공연을 하고 앨범을 낼 수 있게 돕는다.

첫 공연부터 재능을 선보인 딜런은 조안 바에즈(모니마 바바로 분), 조니 캐시(보이드 홀브룩 분) 등 당대 톱 뮤지션들의 주목을 받으며 대중과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포크 스타가 된다. 정작 딜런은 이런 유명세를 안고 살아가는 법을 익히지 못한다.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은 모두 족쇄일 뿐 딜런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간다.

‘완전한 무명’(혹은 ‘철저히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란 뜻의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이란 제목은 영화의 이야기와 모순을 이룬다. 영화는 딜런이 무명이었던 시절을 생략하고 그가 거스리와 시거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의 제목은 딜런의 무명 시절을 뜻하는 것이 아닌, 극도로 명성을 기피했던 그의 성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는 늘 대중과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다니며 글을 쓰고, 곡을 만들며 동료들과 연주하는 음유시인에 가깝다. 딜런의 성향을 반영하듯 영화는 그의 내재된 심리를 파헤치는 대신 그가 교감한 당대 뮤지션들과의 관계와 우정에 집중한다.

모든 이야기는 음악이라는 변사(辯士)를 통해 전해진다. 딜런뿐 아니라 바에즈, 시거, 캐시의 대표곡들로 이야기를 전달해 하나의 완전한 컴필레이션 영화 앨범을 만들어 낸다. 이쯤 되면 당신이 딜런의 팬이 아니라고 해도, 혹은 이 영화가 아카데미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는 사실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해도 영화를 볼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