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車수출 역대 최대인데…웃지 못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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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17% 늘은 60.7억弗지난달 자동차 수출이 60억달러를 넘어서며 2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실적이지만, 다음달 2일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를 앞둔 일시적인 반등일 가능성이 높아 자동차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업계는 관세 조치가 현실화하면 연간 자동차 수출이 9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美 관세 부과전 '사재기' 몰려
미국 물량 많은 GM 큰폭 증가
4월부터 수출량 대폭 꺾일 듯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증가한 60억7000만달러(약 8조6500억원)로 나타났다. 역대 2월 기준 최고치로, 지난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수출 대수도 23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7.3% 늘었다.지난달 수출이 증가한 건 작년 2월에 비해 조업일수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끝났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8억600만달러로 22.6%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다음달 2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자동차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수출이 28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4.5% 늘었다. 업체들이 할인 행사를 통해 밀어내기 수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수로는 한국 GM이 작년보다 27.7% 많은 3만8176대를 수출했다. 현대차(9만6152대)와 기아(9만1561대)도 각각 18.4%, 19.5% 증가했다.
관세 여파로 자동차 판매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 계획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세로 높아진 비용 부담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거나 일부 모델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소비자들 사이에 퍼졌다”며 “인기 차종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현지 딜러들의 구매 의사가 최근 빗발쳤다”고 말했다.수출 증가 추세는 관세 조치가 본격화하는 4월부턴 꺾일 가능성이 크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연간 18.59% 줄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는 9조2500억원에 달한다.
대미 의존도가 46%에 이르는 자동차 수출이 꺾이면 한국의 수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자동차 수출이 급증한 덕에 43억달러 흑자를 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한국을 관세 조치에서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 행정부는 4월 2일 품목 관세만큼 예외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은/양길성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