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투자는 아끼지 말라"…공직경력 12년 '재무통'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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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 부서장 대신 회의 참여박종호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61)은 일반적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첫 직장은 공직이었다. 대학(서울대 경제학과)을 졸업한 바로 그해(198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 재정경제부 등에서 12년 동안 일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것도 공직에 있을 때다.
직급 관계없이 자유롭게 발언
잘나가는 공무원이던 그가 ‘변신’에 나선 것은 1999년이다. “21세기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이끄는 시대가 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LG전자가 그가 택한 첫 기업이다. 금융기획팀장(수석부장)으로 합류한 박 사장은 단번에 실력을 인정받아 2001년 ‘최연소 임원’(IR 및 인수합병 담당 상무)이 됐다.
박 사장은 2011년 두 번째 변신에 나섰다. 한국타이어 기획재정부문장(전무)으로 명함을 바꾼 것. 재무전문가인 그는 이듬해 한국타이어가 지주회사(한국앤컴퍼니)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후 한국타이어에서 인사, 인프라 운영, 구매 등을 책임지며 CEO로서의 역량을 하나하나 다져나갔다.
박 사장은 재무통이지만 임직원에게 ‘무조건 비용 절감’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경영 효율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필요하다면 얼마든 돈을 써도 된다”고 했다.
이런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 덕분에 임직원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임원들과 간단한 식사를 곁들인 미팅을 매일 아침 할 정도다. 박 사장은 “임원들과 편하게 만나는 아침 미팅 때 여러 소식을 듣고 아이디어도 얻는다”며 “소통이 잘되는 기업이 앞으로 죽죽 뻗어나간다는 점에서 한국앤컴퍼니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급에 상관없이 실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발언권을 갖는 문화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이런 생각을 담아 올초 취임하자마자 한국앤컴퍼니의 회의 문화를 바꿨다. 그가 참석하는 회의에는 부서장이 아니라 특정 사안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가 들어온다.
■ 약력
△1964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회계학 석사
△미국 공인회계사
△1986년 제30회 행정고시
△1987년 국세청·재정경제부 사무관
△1999년 LG전자 상무
△2011년 한국타이어 전무
△2015년 한온시스템 부사장
△2018년 한국타이어 경영지원총괄(사장)
△2025년~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