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ESS·로봇 정조준…타이어 넘어 배터리에도 Hankook 새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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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포커스
한국앤컴퍼니 '미래 설계사' 박종호 신임 대표
범효성가…재계순위 역전 눈앞
기술력 앞세워 타이어 세계 7위
한온시스템 인수후 자산 3배로
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 추진
모빌리티 플랫폼 등에 투자
지주사 기능 확대…그룹 시너지
올해 배터리 매출액 1조 목표
지주사 전체 실적의 80% 차지
돈 잘 버는 리튬이온 분야 키우고
안정성 주목받는 납축전지도 강화

조양래 회장이 잡은 한국타이어의 ‘생존전략’은 수출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부터 끌어올려야 했다. 그렇게 곳간에 있는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40년이 흐른 지금, 한국타이어는 BMW 포르쉐 아우디 등 럭셔리 브랜드 등에 모두 납품하는 세계 7위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현범 회장은 타이어 하나에 만족하지 않았다. 배터리, 정보기술(IT)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더니 올 들어 세계 2위 열관리 시스템 한온시스템도 품었다. 이 덕분에 10조원(공정자산 기준)이던 ‘몸집’이 단숨에 27조원으로 불었다. 재계에선 한국앤컴퍼니그룹 덩치가 올해 처음 효성그룹(지난해 16조원)을 앞설 뿐 아니라 ‘30대 그룹’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종호 한국앤컴퍼니 사장은 조 회장을 도와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 사장을 18일 경기 성남 본사에서 만났다. 박 사장은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미래는 이제 막 시작됐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그룹을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 양대 축으로
박 사장은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경영자로 통한다. 정부(국세청·재정경제부)와 기업(LG전자·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을 두루 경험한 덕분이다. 그가 한국타이어에 합류한 건 2011년. 그때부터 조현범 회장과 그룹의 미래를 함께 그렸다. 한국타이어는 2012년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를 출범했고, 2021년 사업형 지주사로 변신했다. 배터리, 열관리 솔루션, IT 서비스 등에 진출하며 몸집을 키웠다.박 사장은 “그룹 ‘원톱’인 한국타이어 의존도를 낮추고 한온시스템과 함께 ‘투톱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지금 수익성이 높은 타이어에 ‘올인’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경영 상황을 3년 내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여파로 3344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그는 “한온시스템은 한라공조와 미국 포드 계열사 비스테온,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 등 3개사가 합쳐 탄생한 다국적 기업인 탓에 융합이 잘 안 되고 곳곳에 비효율이 있었다”며 “IT 인프라 투자를 늘려 근본적인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나선 만큼 빠른 속도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는 현재 세계 21개국에 53개 생산거점을 둔 한온시스템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유럽 공장 구조조정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신사업 투자 계획도 전했다. 한국앤컴퍼니는 2021년 아트라스BX의 납축전지 ES 사업부를 흡수 합병한 데 이어 2022년엔 캐나다 초소형정밀기계 PMC 지분을 인수했다. 그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해 대규모 인수합병(M&A)보다는 유망한 벤처 기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기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무적 투자와 전략적 투자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기업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튬이온배터리 올해 수주 도전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박 사장의 숙제 중 하나다. 한국앤컴퍼니는 올해부터 ‘한국(hankook)’ 브랜드를 활용해 ‘한국 배터리’로 브랜드 이미지를 통합할 계획이다. 배터리(차량용 납축전지) 사업부는 사업형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매출의 70~80%(2023년 8264억원)를 책임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커져 올해 1조원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박 사장은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내연기관 차량 및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고성능 AGM(흡수력 있고 잘 빨아들이는 유리섬유 매트) 라인을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로봇 등 산업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채비도 갖추기로 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세계 7위 납축전지 기업이다.
박 사장은 “하이브리드카 붐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AGM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AGM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현재 두 배 수준인 500만 대 규모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장성이 높은 산업용 배터리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그는 “납축전지가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산업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며 “에너지 솔루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ESS는 물론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용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R&D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그는 “현재 자동차 보조 배터리 시장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한 만큼 성장성이 큰 편”이라며 “연내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실증 작업을 하고 글로벌 자동차업체를 대상으로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