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거장의 새로운 도전, 오페라 '파우스트'

서울시오페라단 에 출연하는 데뷔 55년차 배우 정동환
오는 4월10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여
오페라 <파우스트>출연하는 배우 정동환 / (c)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파우스트>출연하는 배우 정동환 / (c) 세종문화회관
"파우스트는 제게 친숙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연극과 오페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에 오페라 파우스트는 제게 새로운 도전입니다."

올해 연기인생 55년, 배우 정동환(76)은 베테랑이다. '연극을 섬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할만큼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배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오페라에 도전한다. 3000석이 넘는 대극장에서 공연될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를 통해서. 그는 2020년 1인극 '대심문관과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와 메피스토펠레스를 모두 연기한 경험이 있다. 5년 만에 오페라 무대에서 파우스트를 연기할 그를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이 '연극과 오페라의 시너지를 보여줄 무대를 함께 만들자'며 출연을 제안했어요. 배우는 무대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에 망설임없이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정동환은 "나를 보러온 연극 팬들이 오페라를 알게 되고, 오페라 애호가들도 '연극 배우가 출연하면 이런 그림이구나'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르는 다르지만 오페라나 연극은 관객과 호흡하는 라이브 무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정동환은 "무대는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현장이기에 배우에게 가치가 크다"며 "극장을 찾아준 분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은 방송 매체가 주는 경험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파우스트 박사의 깊이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파우스트 박사는 수십년을 연구해봐도 참 심오한 사람이에요. 괴테가 60년에 걸쳐 만들어낸 인물이니 당연하죠. 이 캐릭터에 대해 단순히 규정하는 건 어려워요. 그에 걸맞은 연기를 하려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해요."

괴테의 파우스트는 은유가 가득한 시적 대사로 가득하다. 작품 자체도 어렵기에 연기하기에도 쉽지 않은 작품. 연출자가 대사를 말하기 쉽게 바꿔도 좋다고 제안했으나,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좋은 배우란, 원작 대사의 힘을 이용하는 사람이지요. 어려운 대사가 오페라의 가사와도 부합합니다. 한글자도 각색하지 않고 원본대로 연기할 생각입니다."
오페라 <파우스트> 연습 현장 /(c)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파우스트> 연습 현장 /(c) 세종문화회관
정동환은 이제 연극 배우들이 아닌 성악가들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연습 방식도 연극판과는 사뭇 다르다. "연극에서는 리딩 전 인물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고, 토론합니다. 상대 배우와 연출자의 의견도 경청하면서 역할의 톤을 조율하는 거죠. 오페라는 음악이 중요한 요소이기에 처음에는 좀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의 연습 후, 제 목소리에서 남다른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성악가들이 ‘좋다’고 해주더군요. 저는 힘들었지만 그 말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연기할 때 행복할까. 그는 오히려 고통스럽다고 했다. "저는 고통을 사랑해요. 즐긴다고 해야할까요. 연극을 한다는 건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요. 다시 내려올 걸 알지만 그 과정이 주는 의미 때문에 산을 오르는 것처럼 연기와 무대가 주는 고통도 다 제게 의미 있는 일이죠."

조동균 기자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파우스트> 포스터 /(c)세종문화회관
○서울시 오페라단의 파우스트는?
1859년 프랑스 파리 리리크 극장에서 초연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프랑스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다. 오는 4월 10일부터 나흘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서는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의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손지혜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황수미가 마르그리트 역을 맡는다. 또 독일어권 최고의 영예인 궁정가수(캄머쟁어) 칭호를 받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2013년 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에서 같은 역할을 맡았던 전태현이 메피스토펠레스 역으로 출연한다. 젊은 파우스트 역은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테너 김효종과 박승주가 맡았으며,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 보엠'에서 쇼나르 역으로 데뷔한 바리톤 김기훈과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의 <라보엠>에 마르첼로 역으로 출연한 이승왕이 발랑탱 역을 맡는다.
시에벨 역을 맡은 카운터 테너 이동규와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의 남녀대결도 관전포인트다. 오페라연출가 엄숙정이 연출을, 이든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과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음악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