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축제에 꽃이 없다' 날벼락…전국 줄줄이 '비상' 걸렸다

전국 꽃 축제 '눈치게임' 벌어진다

이상기후에 지자체 '난감'
개화시기 변동성 커져
광양 매화축제 개화율 10%
전년 대비 방문객 12만명 줄어
지차제 "공연·체험 등 프로그램 다각화"
지난해 5월 서울 중랑구 장미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꽃 구경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지난해 5월 서울 중랑구 장미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꽃 구경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준비 중인 봄맞이 꽃 축제에 비상이 걸렸다. 개화 시기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각 지자체가 축제 일정과 기간을 획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꽃이 거의 피지 않은 채 축제가 강행된 일부 지역은 실제로 지난해 대비 방문객 수가 크게 줄기도 했다.

3월 폭설에 지자체 '골머리'

1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간전면 수달생태공원에 식재된 홍매화 나무에 흰 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간전면 수달생태공원에 식재된 홍매화 나무에 흰 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벚꽃 개화 시기는 4월 4일부터 9일까지다. 지난해(3월 30일~4월 8일) 개화 시점보다 4일가량 늦다. 특히 올해는 지난 17일 수도권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기상 이변이 두드러졌다. 1999년 관련 데이터 집계 이후 가장 늦은 기록으로, 봄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들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됐다.

이상기후 속에서 일부 지자체는 꽃이 거의 없는 상태로 축제를 진행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전남 광양시 ‘광양매화축제’의 경우 개막 초 개화율이 10% 수준이었고 폐막일까지도 30%대에 머물러 방문객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 기간 방문객 수도 지난해 대비 11만8000명이나 줄어든 38만5000명에 그쳤다.

이에 광양시 관광과는 내년부터 축제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끝났지만 인근 교통 혼잡 등을 고려해 셔틀버스 운영도 이달 말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직전 해 12월부터 축제를 기획하기 때문에 정확한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며 "가설 건축물 설치나 용역 업체와의 계약 사항 등 관계자가 많은 대규모 행사라 직전에 일정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지난해 3월 말 벚꽃 없이 축제를 진행해 오명을 산 경기 안양시나,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를 열었다가 흥행에 실패한 경남 창원시 등 각 지자체는 올해도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축제 일정 조정 여부를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는 때아닌 봄 폭설로 인해 축제 일정을 조정했다. 강원 삼척시는 지난해 3월 말 개최했던 ‘맹방유채꽃 축제’를 올해는 4월 초로 미루는 등 기후 변수에 대응하고 있다.

'효자 사업' 꽃 축제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활짝 핀 벚꽃을 즐기고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지자체들이 잇따른 기후 예측 실패에 빈축을 사면서도 꽃 축제를 강행하는 이유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년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지역축제 방문객 수는 1738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8년 대비 21.8% 증가했다. 2023년에 개최된 85개 축제의 축제 기간 중 총 소비액은 7168억원에 달하며, 축제별 경제적 파급효과의 평균치는 84억3350만원으로 분석됐다.특히 꽃 축제는 계절적 특성을 이용하면서도 외지인 유입률이 높아 지자체들 사이에서 소위 '가성비'가 좋은 사업으로 꼽힌다. 예컨대 지난주까지 이어진 광양매화축제의 경우 8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수원시 권선구 황구지천에서 진행하는 벚꽃 축제와 같이 각 지역의 하천 일대에서 진행하는 꽃 축제의 예산은 1억원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축제별 경제적 파급효과의 평균치를 감안하면 최소 10배가 넘는 경제적 특수를 누리는 셈이다.

꽃 축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자 사업'으로 여겨지면서 지자체들은 꽃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축제를 강행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축제 일정을 유동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신 축제 기간 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5월 10~12일까지 경기 구리시가 구리시민한강공원에서 개최한 유채꽃 축제의 경우 개화 시기가 늦어진 바람에 만발한 유채꽃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전통시장 상인회, 소상공인 연합회, 구리 농수산물도매시장 등과 연합해 지역경제활성화 부스를 운영해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이 축제로 사흘간 24만명이 구리시민한강공원을 찾았다. 이는 구리시 인구인 18만6600명(올해 2월 기준)을 웃도는 수치다. 내달 5~6일 황구지천 벚꽃 축제 개최를 앞둔 수원시 관계자는 "계절성 축제의 경우 꽃의 만개 여부에 따라 행사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날씨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축제 당일 버스킹 공연이나 자전거 체험 등 방문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각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