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축제에 꽃이 없다' 날벼락…전국 줄줄이 '비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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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꽃 축제 '눈치게임' 벌어진다
이상기후에 지자체 '난감'
개화시기 변동성 커져
광양 매화축제 개화율 10%
전년 대비 방문객 12만명 줄어
지차제 "공연·체험 등 프로그램 다각화"

3월 폭설에 지자체 '골머리'

이상기후 속에서 일부 지자체는 꽃이 거의 없는 상태로 축제를 진행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전남 광양시 ‘광양매화축제’의 경우 개막 초 개화율이 10% 수준이었고 폐막일까지도 30%대에 머물러 방문객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 기간 방문객 수도 지난해 대비 11만8000명이나 줄어든 38만5000명에 그쳤다.
이에 광양시 관광과는 내년부터 축제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끝났지만 인근 교통 혼잡 등을 고려해 셔틀버스 운영도 이달 말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직전 해 12월부터 축제를 기획하기 때문에 정확한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며 "가설 건축물 설치나 용역 업체와의 계약 사항 등 관계자가 많은 대규모 행사라 직전에 일정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지난해 3월 말 벚꽃 없이 축제를 진행해 오명을 산 경기 안양시나,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를 열었다가 흥행에 실패한 경남 창원시 등 각 지자체는 올해도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축제 일정 조정 여부를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는 때아닌 봄 폭설로 인해 축제 일정을 조정했다. 강원 삼척시는 지난해 3월 말 개최했던 ‘맹방유채꽃 축제’를 올해는 4월 초로 미루는 등 기후 변수에 대응하고 있다.
'효자 사업' 꽃 축제
꽃 축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자 사업'으로 여겨지면서 지자체들은 꽃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축제를 강행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축제 일정을 유동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신 축제 기간 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5월 10~12일까지 경기 구리시가 구리시민한강공원에서 개최한 유채꽃 축제의 경우 개화 시기가 늦어진 바람에 만발한 유채꽃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전통시장 상인회, 소상공인 연합회, 구리 농수산물도매시장 등과 연합해 지역경제활성화 부스를 운영해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이 축제로 사흘간 24만명이 구리시민한강공원을 찾았다. 이는 구리시 인구인 18만6600명(올해 2월 기준)을 웃도는 수치다. 내달 5~6일 황구지천 벚꽃 축제 개최를 앞둔 수원시 관계자는 "계절성 축제의 경우 꽃의 만개 여부에 따라 행사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날씨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축제 당일 버스킹 공연이나 자전거 체험 등 방문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각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