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독도 페리 만든 오스탈 인수 나선 이유는 [김우섭의 헤비리포트]

"법 개정 여부를 기다리지 않고 상선과 군함 모두 미국 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위산업 업체인 오스탈 인수전에 다시 뛰어든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상선 건조 거점으로, 미국 앨라배마 모빌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보유한 오스탈을 군함 건조와 수리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필리조선소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고, 지난 17일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호주 자회사인 ‘HAA №1 PTY LTD’가 오스탈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1억8000만호주달러(약 1655억원)를 투입해 오스탈 주식 9.9%를 주당 4.45호주달러에 인수하는 게 목표다. 전날 주식시장 종가 대비 16%가량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나중에 HAA №1이 마련한 자본금 3378억원을 모두 사용할 경우 시장가로 지분 약 26.6%를 확보할 수 있다.

호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타타랑벤처스(19.56%)와 창업자인 존 로스웰 일가(8.74%)를 제치고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

한화그룹이 오스탈 인수에 나선 건 미국 군함 건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미국은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군함 해외 건조 및 수리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내 일자리와 군함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다만 미국 내에 조선소를 운영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외 조선사가 대주주라고 할지라도 미국 내에 조선소가 있다면 군함 건조와 수리 등을 맡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번스-톨리프슨법의 수정을 기다리지 않고 수주에 나설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인수에 성공하면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함정에 대한 공격적인 수주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탈은 호주 기반 기업이지만 주요 사업장은 미국에 있다. 오스탈은 미군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다. 142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모빌에 있는 오스탈USA가 대표적이다. 모빌 조선소는 총 50만㎡ 부지에 주요 군함과 상업용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주로 해군과 해안경비대(USCG) 등의 군함을 제작하는 데 특화돼 있다.

알루미늄 LCS(littoral combat ship) 군함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개발한 차세대 다목적 함선으로 연안과 얕은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선박이다. 병력과 장비의 신속한 수송을 돕는 원정 고속수송함과 미국 해안경비대가 사용하는 다목적 순찰선 역시 오스탈이 모빌에서 만들고 있다.

미국 내 소형 수상지원함, 군수지원함 시장점유율 40~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 국방부와 해군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알루미늄 선박 제조 기술이 뛰어나 경량 선박 제작에 강점이 있다"며 "기동성을 요구하는 고속 페리선과 군함에 두루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와 독도를 잇는 독도 고속 페리 역시 상당수가 오스탈이 건조한 선박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페리는 호주와 덴마크, 스페인, 영국 등에서 여객 및 화물 운송용으로 사용된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조선소 역시 부지는 6만㎡로 모빌 조선소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미국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이외에도 호주와 필리핀, 베트남 등에 중소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또 오스탈의 특수 선박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스탈을 한화그룹의 레드백과 K9, 천무 등 지상 장비와 해상 장비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종합 방산 업체로 키운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국, 호주 정부의 우호적인 관계와 K9 자주포, 레드백 등 이미 호주와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호주의 국가 안보를 지원하는 장기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