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지정, 풍선효과의 시작점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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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서울 외곽 또한 매수자가 늘었습니다. '못난이'라고 알려진 저가 매물이 사라지면서 호가가 조금씩 올라가는 중입니다. 아직까지 거래량이 뚜렷하게 늘어나진 않았지만, 매수자는 확연히 늘고 있습니다. 지방도 주거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세 매물이 없어지면서 매매로 전환되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급기야 정부는 3월 24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확대 지정했습니다. 투기과열지구인 지역이 토허제까지 적용받게 됐습니다. 6개월간 한시적으로 지정했지만 필요시 지정 연장도 적극 검토하고, 심지어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된다면 인근 지역 추가지정까지 적극 검토하겠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부분 해제가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달라지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지만 사실 이전부터 거래는 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장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고 여기에 토허제가 기름을 부은 꼴이었습니다.
사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기가 좀 생뚱맞은 것은 사실입니다.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은 그냥 올해 6월에 재지정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제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잠실의 주요 단지들은 이미 3.3㎡당 1억원을 향해 매매가격이 형성되는 중입니다. 아직 실거래를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현장의 개업 공인중개사들이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반포의 유명 구축 아파트들도 3.3㎡당 1억5000만원 가까이 갔습니다. 이제 강남은 본격적으로 키 맞추기를 하는 중입니다. 한강변이 아니라 그동안 소외되고 오르지 못했던 구축이나 준신축 아파트가 오르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이어졌던 단기적인 가격 상승은 아닙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가장 큰 원인은 2021년 폭발적인 가격 상승 이후 무려 4년의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입니다. 공급도 누적되지만, 수요도 누적됩니다.
2021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냄)로 매입했던 수요나 다주택자들은 지난 4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 기간 다주택자들은 주택 수를 줄이고 영끌족은 팔거나 더 좋은 조건의 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역전세는 사라졌고 전셋값은 오르는 중입니다. 월세는 전세보다 더 치솟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장에 매물은 많지만, 급매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주거 선호지역은 직전 실거래가보다 높은 호가를 부르는 매물이 대부분입니다. 지난 4년간 무조건 팔아야 했던 매도자들의 입장이 팔리면 좋고 안 팔리면 전·월세를 놓겠다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월세 수익률이 연 3%에 육박하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도 늘었습니다. 은행 이자 수준으로 수익을 내는 데다,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2021년과 유사한 주택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으로 시장 왜곡이 더 커질 듯합니다. 서울시는 6개월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장을 반복할 겁니다. 이 때문에 마포구, 성동구 그리고 강동구와 같이 대장 아파트 전용면적 84㎡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선 곳부터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지역들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거래량을 줄일 수 있을지언정 가격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명 난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 조치는 자칫 서울 주거선호지역의 가격을 더 올리는 결과만 낳을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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