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 걸었다'는 이복현, 또 작심 발언 "상법 개정안 반대, 뭘 걸 건가"

금감원장, 19일 현안 브리핑

"상법 개정, 글로벌 기준 따라가는 것"
"소송 남발 우려는 기준·제도 강화해 치유 가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직을 걸고" 반대 의사를 피력한 데 이어 19일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련 업계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 저는 모든 것을 걸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솔직히 다른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무엇을 걸 것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전제한 뒤 "최종 결정권이 없다는 점에서는 여당, 정부부처, 법무부 등이 각각 'n분의 1'의 의견을 내는 것이고 '금감원만 의견을 내라 마라'고 말하는 것도 월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담론으로서의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여러 시각을 접하게 해 드릴 필요가 있다"며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기업의 입장을 대표하고 (본사) 위치도 가까우니 구체적 방식에 협의가 된다면 국민들 앞에서 정쟁화 이슈가 아닌 정책과 제도 측면에서 함께 논의해 보자"고 말했다.

이어 "각종 특검법, 양곡법, 노란봉투법 등은 권력분립 원칙이나 사유재산제도 등 헌법 질서와 재정 지속 가능성, 보충성의 원칙에 비춰 수용하기 곤란한 것이 아주 명백한 경우"라며 "상법 개정은 그런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경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근거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헌법적 원리가 아닌 경제 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며 경제 부처가 주도적으로 다룰 문제"라며 "경제의 영향을 보자면 이 내용(상법 개정)은 글로벌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 경쟁 촉진, 혁신 촉발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과도한 형사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절차 기준을 마련하고 보호 제도를 강화하는 등 부정적인 부분은 치유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이 원장의 의견이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상법 주무부처인 법무부를 뛰어넘은 '월권'이란 지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상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하자는 목소리가 번지자 이 원장은 "직을 걸고서라도 (여권의 행보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직을 걸겠다는 표현을 왜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며 "소신 있게 일을 하는 건 괜찮지만 직을 건다는 건 자기 자리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검사 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던 그 습관이 지금 금감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 원장의 발언을 우려한 바 있다.

또한 이 원장은 2조원 규모의 삼성SDI 유상증자와 관련해선 신속 처리 입장을 밝혔다.

그는 "증권신고서상 투자자가 알아야 할 정보가 충분히 기재돼 있다면 며칠 내라도 신고 수리 효력이 발생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증권신고서 기한 전이라도 좀 더 빠르게 자금조달할 수 있도록 실무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저희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선도기업이 시장에서 수긍할 만한 내용으로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고무적이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언급하며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이재용 회장이 최근 삼성그룹 이니셔티브(새로운 계획)와 관련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데 당국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