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업고…치솟는 천연가스값

1년 만에 160% 급등

화석 에너지 힘실어 수요 자극
작년 1.7달러…올해 4달러 넘어
"4弗대 중반 넘으면 韓물가 영향"
미국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보다 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 시장을 강조하면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미국이 대대적인 천연가스 개발에 나서는 등 가격 안정화 요인도 있지만 수요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안정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19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미국 헨리허브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8일 MMBtu(가스 열량 단위)당 4.05달러를 기록했다. 헨리허브는 유럽의 TTF, 아시아의 JKM과 함께 대표적인 국제 천연가스 가격 지표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자국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라는 뜻을 드러내면서 주목을 끌고 있는 수치다.헨리허브 가격은 지난해 3월 1.7~1.8달러 수준에서 160% 가까이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해 8월부터 상승세가 본격화됐으며 당선일(11월 6일)에는 2.75달러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해 최근 4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천연가스 우대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추면서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들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재개 기대가 커졌고, 트럼프 행정부가 천연가스전 및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개발을 지원하는 점도 시장 안정화 요인으로 꼽힌다.그러나 미국의 화석 에너지 활용 의지가 워낙 강력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급 불안 우려가 여전하다. 시장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석유업체 셸 등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LNG 초과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막을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국내 가스업계는 미국산 천연가스 가격이 4달러대 초반을 유지하면 큰 어려움 없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에너지업체 관계자는“가격이 4달러대 중반을 넘어설 경우 국내 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